주간동아 1065

2016.11.30

특집 | 탄핵 결정! WHY NOT?

탄핵 4대 시나리오와 손익계산서

헌재 2017 하반기 인용 가능성 높아…대권 후발주자들 유리, 개헌과 정계개편 추진 용이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6-11-29 11: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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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까지 탄핵은 선택과목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간주하면서 필수과목으로 변했다. 불법행위를 한 대통령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국회의 직무유기다. 야권은 하야를 바랐다. 개헌과 차기 대통령선거(대선) 일정을 조절하기가 용이한 까닭에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했다. 탄핵 말고 남은 대안이 없었지만, 그래도 야권은 망설였다. 역풍에 휩싸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지금도 그런 우려는 여전하다. 다만 이제는 탄핵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외길에 섰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박 대통령이 차라리 탄핵을 해달라고 자청하고 나선 것도 변수다. 탄핵은 이제 상수다. 이것을 중심으로 정국을 다시 그려야 한다.

    박 대통령, 그리고 여야 정치권에게 탄핵은 어떤 이해득실이 있을까.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결정과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가능하다.



    위의 Ⅰ, Ⅱ, Ⅲ, Ⅳ 각 경우에 따라 ①박근혜 대통령 ②여야 대선주자 ③개헌과 정계개편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라고 봐야 한다. 차례대로 검토해보기로 한다.





    2017년 상반기 인용

    박 대통령에게는 가장 나쁜 경우다. 5년 임기 중 1년이 날아가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에 특검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박 대통령의 형량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안까지 조기 인용되면 형사처벌 시기도 그만큼 앞당겨진다. 어차피 실형을 살 각오라면 매를 빨리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증거 부족에 따른 무죄를 이끌어내거나 하다못해 형량이라도 줄여야 한다면 변호할 시간을 최대한 버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지연전술을 쓸 것으로 보인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지연 △퇴임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을 예상할 수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내년 1월,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내년 3월 퇴임을 앞둔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심의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누가 가장 유리할까.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하야 뒤 2개월 내 대선 실시에 주력하던 그도 박 대통령의 하야 불가 방침을 확인한 뒤에는 탄핵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그다음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다. 문 전 대표가 버거운 상대이긴 해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에 안착하기 전이라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탈하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를 포함해 제3지대에서 연대 구조까지 만들어낸다면 문 전 대표를 추월하기가 한층 수월할 수 있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불출마 선언까지 하며 탄핵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극적인 반전을 기대해서다.

    이에 따라 야 3당은 신속하게 탄핵절차를 밟기로 하고, 11월 30일까지 탄핵소추안을 제출해 12월 2일 본회의에서 표결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그래서 가능하면 헌법재판소장 임기가 만료되는 1월 말 전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목표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까지 동조 움직임을 보이면서 추진 동력은 충분히 확보한 모양새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2개월여 만에 처리한 바 있다. 물론 아주 빠듯한 일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박 대통령 측도 답변서를 즉시 작성해줘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박 대통령 측이 지연전술을 쓴다고 전제할 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간이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야권은 대체로 3월 중순 정도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대선은 5월 무렵에 치르게 된다. 후발주자들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일정이다. 그래서 야권의 나머지 대선주자는 물론, 여권 대선주자들조차 은근히 헌법재판소 판결이 늦춰지길 기대할 것이다.

    탄핵이 상수라면 개헌과 정계개편은 변수다. 후발 대선주자들이 탄핵 시점을 늦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명분이기도 하다. 개헌 논의를 진행하면 그것과 연동해 탄핵 시점도 뒤로 늦춰야 한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도 가능해진다.

    최근 제3지대가 확장세다. 후발 대선주자들은 이곳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지지세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좋게 말해 연대, 나쁘게 말해 합종연횡도 이뤄야 한다. 결국 시간 싸움이다. 박 대통령의 지연전술, 그리고 여야 후발 대선주자들의 요구가 맞물려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탄핵소추안 조기 처리는 그래서 가능성이 낮다.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50% 정도가 아닐까 한다.



    2017년 하반기 인용

    박 대통령에게는 차악의 경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최대한 늦췄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지만 결국 탄핵이 인용됐다는 점에서 퇴임 직후 형사처벌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절반의 성공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것이 박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성 높은 대안임에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 유일한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이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여야의 후발 대선주자들일 것이다. 일단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그사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가 생긴다. 개헌을 매개로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지세력을 키워나갈 기회도 높아진다. 탄핵안 인용은 여권 대선주자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총장도 부분적으로 혜택을 입을 것이다. 대선을 빨리 치를수록 그에게는 불리하다. 반 총장은 1월 입국할 계획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선다 해도 상반기에 대선을 치르는 것은 부담스럽다.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조직을 만들어가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개헌과 정계개편을 추진하기에도 여유롭다. 2017년 하반기면 굳이 탄핵이 아니더라도 개헌과 정계개편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탄핵이라는 변수에 사실상 구애받지 않고 두 가지를 모두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헌법재판소로서도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 결과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퇴임하는 재판소장과 재판관의 후임을 정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중립성 논란 끝에 헌법재판소장도, 재판관도 임명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그래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이쪽을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가 아닐까 한다. 80% 이상으로 본다.

    2017년 상반기 기각

    박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결과다. 야 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공조해 12월 2일 처리한 탄핵소추안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곧바로 받아 본인 퇴임 전 신속하게 마무리 짓기로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박 헌법재판소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재판관들을 독려해 신속 처리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속도전으로 탄핵안을 기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보수 대 중도·진보 비율이 6 대 3이라는 평가다.    

    이 경우 여권 대선주자들이 최대 수혜자다. 제3지대로 갈까 고민하던 반 총장도 새누리당 출마로 다시 돌아설 터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분당 가능성 또한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 중에서는 그래도 후발주자들이 좀 더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조기 대선을 목표로 하던 문 전 대표는 궤도 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개헌과 정계개편의 동력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지지율 약세인 야권 및 여권 대선주자들은 개헌과 정계개편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탄핵안이 기각되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개선 요구는 여전할 것이다. 다시 힘이 실릴 반 총장이 앞장선다면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여기에 안 전 대표까지 합류한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아무리 보수적인 헌법재판소라지만 대통령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무죄로 단정하는 데는 부담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기각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헌법재판소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20% 정도로 추정해본다.



    2017년 하반기 기각

    박 대통령에게는 차선의 시나리오다. 오랫동안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충분히 방어할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또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위안이 될 것이다. 보수진영을 파탄 냈다는 비난으로부터 얼마간 벗어날 수도 있을 테다. 차기 대선의 여권 최대 악재를 해소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수혜자는 여권 대선주자들이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여전히 뛰고 있다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나머지 여권 대선주자에게도 지지율 상승의 계기가 되리라 봐야 한다. 그사이 제3지대에서 지지세력 결집에 공을 들인 여권 대선주자라면 그가 오히려 최대 수혜자가 될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늦춰지는 동안 개헌과 정계개편은 진도가 상당히 나가리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기각으로 결론 나더라도 이즈음에는 개헌과 정계개편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을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보수발(發) 정계개편도 마무리 단계일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 기각 판정이 정치권 구조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을 따지자면 30% 정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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