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2006.05.16

개막경기 이변은 또 벌어지나 - 6월9일

조별 예선 48경기 관전 포인트

  • 입력2006-05-15 09: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독일 vs 코스타리카 ● 시간 18:00(한국 01 : 00) ● 장소 뮌헨

    # 독일。참가 횟수 : 16회 。최고 성적 : 우승(1954, 74, 90년) 。FIFA 랭킹 : 19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코스타리카。참가 횟수 : 3회 。최고 성적 : 16강(1990년) 。FIFA 랭킹 : 26위。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6월9일 오후 6시(독일 현지 시각),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드디어 첫 경기가 열린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직전 대회 우승국의 자동출전 규정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번 대회부터는 주최국이 첫 경기를 한다.

    알다시피 바로 독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맞상대인 코스타리카가 환호했다. 지난해 12월 조추첨 직후 코스타리카 언론은 “만세!”, “우리가 개막전의 주인공”, “복권 당첨에 견줄 일”이라고 보도했다. 2002년 세네갈이 프랑스의 ‘도움’으로 증명했듯이 개막 경기는 언제나 이변으로 지구의 자전축을 흔들어놓았는데 코스타리카는 바로 그것을 열망하고 있다.



    개막 경기의 관건은 팀 밸런스. 세계 이목이 집중된 경기이기 때문에 감독의 지도력이 중요하다. 이 점으로만 보면 독일은 뒤숭숭하다. 슈퍼스타 골게터 출신의 클린스만 감독은 32개국 감독 중에서 최고 ‘장거리 통근자’.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가 가장 먼 사람은 호주 감독 히딩크이지만 그는 선수들을 네덜란드로 불러서 조련한다. 그것이 계약의 핵심이었다. 반면 클린스만은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정기 훈련이나 경기 또는 중요한 회의 때 대서양을 건넌다. 그 때문에 3월2일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1대 4로 대패한 뒤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독일 의회는 클린스만을 소환해 그의 축구 ‘철학’에 대해 청문할 계획까지 잡았다. 마침내 메르켈 총리가 직접 클린스만을 면담한 뒤 “나는 감독이 이끄는 팀이 올바른 궤도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힘으로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그리고 미국과 치른 평가전에서 4대 1로 대승했다. 맥브라이드, 도너번 등 핵심 전력 5명이 빠진 미국 팀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간판 수문장 칸은 “클린스만이 자신을 주전이라고 언질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비어호프 코치는 “레만 골키퍼와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클린스만은 레만을 주전으로 점찍었다. 내면 깊숙한 곳에 저 나름의 축구 철학을 단단하게 간직하고 있는 스타 선수들을 클린스만이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첫 경기에서 매우 중요하다.

    반면 코스타리카의 귀마래스 감독은 선수단과 고국의 팬으로부터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축구 영웅이자 북중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힌다. 그는 원래 브라질 사람. 11살 때 아버지를 따라 코스타리카로 왔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코스타리카의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맡아 활동했는데 아들은 1985년에 귀화해 축구로 코스타리카를 구원한 것이다. 그는 명장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이 이끄는 90년 대표팀의 수비수가 되어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2002년에는 스승 밀루티노비치가 이끄는 중국을 완파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물론 두텁고 뛰어난 기량의 선수층으로 홈 경기를 치르는 독일이 객관적으로 우세한 상황. 그러나 선수와 감독으로 코스타리카의 세 차례 역사에 참여하고 있는 명장 귀마래스 감독은 “90년 월드컵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고 말한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약체 코스타리카는 전통 강호 스코틀랜드와 북구의 거함 스웨덴을 물리치고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신형 게르만 전차 강심장

    미하엘 발라크(독일) 한때 독일 전차는 수렁에 빠진 적이 있었다. 70년대의 베켄바우어와 80년대의 마테우스의 전통을 잇는 동독 출신의 잠머가 90년대를 준비했으나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녹슨 전차’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미하엘 발라크가 있어 게르만 전차는 다시 움직였다. 2002년 준우승에 이어 2006년에는 피파컵을 들어올릴 준비가 돼 있는 발라크. 그는 2002년 준결승전의 퇴장으로 결승전을 뛰지 못했다. 독일의 탄탄한 미드필더를 움켜쥐고 있는 발라크가 첫 경기를 제압해 베를린의 결승전을 꿈꿀 수 있을지.

    북중미 최고 스트라이커

    파울로 완초페(코스타리카) 유럽 최정상 리그에서 9년. 그리고 고국 리그로 돌아가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고 있는 노장 완초페에게 2006년은 각별한 해가 될 것이다. 북중미 지역예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팀에 8골을 선물해 본선 진출을 이룩한 완초페는 2002년 본선 멤버들이 건재한 코스타리카 전력의 핵심. 포스트플레이에 능란한 드리블까지 겸비해 항상 상대 골키퍼가 시선을 떼지 못하는 북중미 최고의 이 스트라이커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기 위해 머물렀을 정도로 천혜의 생태환경을 가진 코스타리카에 인간의 아름다운 진화의 역사를 추가할지 관심거리.

    ● 폴란드 vs 에콰도르 ● 시간 21:00(한국 04 : 00) ● 장소 겔젠키르헨

    # 폴란드。참가 횟수 : 7회 。최고 성적 : 3위(1974, 82년) 。FIFA 랭킹 : 28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에콰도르。참가 횟수 : 2회。최고 성적 : 조별리그。FIFA 랭킹 : 39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뮌헨의 개막 경기가 끝나고 1시간 뒤 태양열 에너지의 도시 겔젠키르헨에서는 A조의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똑같이 A조에 속했으면서도 개막 경기만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은 폴란드와 에콰도르에 불행이면서도 다행이다. 세계인들에게 자신들의 축구를 단번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16강 진출이 목표인 이들에게 오로지 경기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는 전투적 상황이 주어진 것이다. 그들은 뮌헨에서 개막 경기의 축포가 터지는 상황에서도 로커룸에서 몸을 풀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다.

    대신 에콰도르 선수들은 첫 경기가 열리는 6월9일, 겔젠키르헨 곳곳에서 열리는 자국의 문화 축전을 구경하는 일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에콰도르 최고의 표현주의 미술가 오스왈도 과야사민의 전시회를 비롯해 안데스 전통악기 연주회 등이 다채롭게 열리는데, 에콰도르 선수들은 그 모든 문화제가 자신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아름다운 찬미가 되리라고 예감한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상황은 폴란드에 유리하다. 기후 조건과 현지 적응력에서 폴란드는 그저 기차를 타고 옆으로 이동만 하는 상황이다. 북유럽의 습기와 거친 잔디 조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에콰도르 선수들은 대부분 라틴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폴란드 선수들은 독일과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그와 같은 조건에서 늘 공을 찼다.

    만약 재미 삼아 돈을 걸겠다고 한다면 먼저 폴란드에 관심을 두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에게 2002년은 악몽이었다. 미국을 3대 1로 이겼지만 한국과 포르투갈에 대패해 서둘러 짐을 싸야 했다. 그 여파로 유로2004에서는 본선 진출마저 실패했다. 기력이 쇠한 노장 대신 야심만만한 선수들로 일찌감치 조직력을 갖춘 신임 감독 야나스는 모든 것을 월드컵 지역예선에 집중해 잉글랜드에만 패했을 뿐 오스트리아, 웨일스, 북아일랜드, 아제르바이잔과 치른 8경기를 전승해 독일행 티켓을 따냈다. 총선에 임하는 야당이 ‘축구계 부패 일소’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축구계 안팎이 뒤숭숭하지만 야나스 감독은 오로지 모든 관심을 그라운드 안으로 집중했다. 에콰도르가 첫 경기 상대로 확정되자 환호성을 올렸다.

    에콰도르의 약점은 그들이 해발 2850m의 키토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 고원의 홈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해발 2850m에서는 고전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동시에 꺾은 유일한 팀이 에콰도르. 수아레스 감독은 “나는 절대로 본선에 가서 1라운드 3경기를 다 패하고, 내가 왜 여기까지 힘들여서 왔나 하고 한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으러 가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이처럼 수아레스 감독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에콰도르 선수들을 독일로 견인했으며, 첫 경기에서도 그 진가는 나타날 것이다.

    폴란드 선수들은 자신들이 세계 축구계를 빛낸 수문장 예지 두데크와 동료임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에콰도르의 골키퍼 크리스티안 모라의 곡예술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에콰도르는 일단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으로 첫 경기에 나설 것이며, 이 문을 열기 위해 프란코프스키와 포돌스키가 연거푸 슛을 날릴 것이다. 모라 골키퍼는 2850m의 고원지대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경악시킨 놀라운 기예를 다시 한번 과시하게 될 것이다.

    가공할 슛 쏘아대는 로켓맨

    토마스 프란코프스키(폴란드) 한국 팬들에게는 폴란드의 공격수 올리사데베가 인상 깊다. 그가 2002년에 졸전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폴란드 내에서도 사정은 똑같다. 야나스 감독은 올리사데베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셀틱에서 활약하는 주라프스키와 울버 햄튼의 프란코프스키를 투톱으로 내세운다. 2004~2005 시즌을 자국 리그의 같은 팀에서 뛴 두 선수는 둘이 합쳐 49골로 득점 1, 2위를 차지한 가공할 만한 투톱이다. 특히 설기현을 벤치로 밀어내서 한국 팬들을 섭섭하게 만든 프란코프스키는 야나스 감독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로켓맨. 조별리그 첫 경기를 상대적 약체와 만났으니 프란코프스키는 연거푸 슛을 쏘아댈 것이다.

    위력적인 고공 플레이 압권

    아우스틴 델가도(에콰도르)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 처참한 잔해 속에서도 에콰도르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곧 월드컵인데 설마 TV를 못 보는 건 아니겠지?” 남미의 약소국 에콰도르 사람들은 그렇게 축구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간다. 그 후로도 화산 고지대의 에콰도르에서는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 델가도는 이 자연재해의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걸고 있는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첫 경기에 대한 동료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책임도 델가도에게 있다. 체력 저하와 부상 때문에 예전의 기량만은 못해도 여전히 장신 델가도의 고공 플레이는 에콰도르 전력의 절반이 넘는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