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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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명예 회복 위해 산청 군수 도전장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5-10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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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명예 회복 위해 산청 군수 도전장
    부산에서 1967년까지 초등학생를 가르치던 한 여교사가 39년 만에 군수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경남 산청군 군수 열린우리당 후보 정막선(75)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일흔다섯 살이라는 나이도 그렇거니와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가 55년이라는 긴 세월을 돌아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이력에 비하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진주사범학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정 씨는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서도 중·고등학교로 옮기지 않고 초등학교에 남았다. 1956년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수준별 지도’를 시도해 학교와 교육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 씨 인생의 변곡점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남편 정영모 씨(현 열린우리당 중앙당 고문)가 1960년 경남 함양·산청 지역에서 6대 총선에 신민당 후보로 출마한 것. 정 씨 부부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남편 정 씨는 이후 수차례 출마했지만 번번이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경남 산청이라는 곳은 DJ당으로는 도저히 정복할 수 없는 ‘이반(離叛)’의 땅이었기 때문. 남편이 선거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정 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갖은 고생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유치원과 학원, 바둑교실을 차렸을 때는 그나마 돈을 좀 모았다. 그러던 부부는 1992년 대선 때 DJ 선거운동을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산청으로 내려왔다. 남편은 함양·산청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정 씨는 부위원장. 부부의 외로운 투쟁은 97년 대선에서 DJ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정 씨에게는 아직 못다 푼 한이 있다. 그의 마지막 출사표다.



    “평생 나라와 정권교체를 위해 뛰었는데 남은 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뭔가 하고 싶고요. 산청은 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지역이에요. 산청의 경제를 살리는 일에 남은 힘을 쏟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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