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2006.05.16

“튀지 않으면 죽는다” 드라마 발칙한 변신

  • 김용습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snoopy@SPORTSSEOUL.COM

    입력2006-05-10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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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지 않으면 죽는다” 드라마 발칙한 변신
    2006년 드라마가 달라지고 있다. 먼저 예전에 비해 대담해졌다. 최근 들어 안방극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흡연 장면 혹은 흡연을 연상케 하는 컷이 은근슬쩍 등장하는가 하면 욕설과 비속어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또 발칙한(?) 홍보 전략으로 시청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는 사례들도 눈에 띄고 있다.

    양동근의 흡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MBC TV 수목 미니시리즈 ‘Dr.깽’(김규완 극본·박성수 연출)은 극 초반에 ‘쭛새끼’ ‘조낸’ ‘깐다’ 등 방송용으로 부적절한 비속어가 수차례 등장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일부 욕설은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장치였다. 방송심의가 엄격하기 때문에 영화처럼 적나라한 욕설은 최대한 자제하고 일부 허용 가능한 비속어만 걸러서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흡연 논란’에 대해서도 “담배를 들고 있었을 뿐 흡연 장면은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정 선언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양해를 구했다.

    MBC 주말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배유미 극본·김진만 연출)의 몇몇 장면도 문제가 됐다. 4월15일 3회 방송분에서 청와대 경호원 남봉기(이민기)의 독백 신 도중 “아, 이게 다 정신 나간 그 쭛놈 쭛끼 때문이잖아. (중략) 꼴통쭛끼”라는 대사가 그대로 나갔다. 청와대 식당의 주방 아줌마 구향숙(윤여정)은 일을 하면서 가끔씩 담배를 꺼내 문다. 그러고 보니 SBS 특별기획 ‘사랑과 야망’(김수현 극본·곽영범 연출)에서 과수원집 이혼녀 은환(이민영)을 잊지 못하는 태수(이훈)도 속상한 나머지 가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곤 한다. 2004년 지상파 3사의 자율규제 선언 후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던 흡연 장면이 근래 들어 슬그머니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출연 연기자를 활용한 ‘노골적인’ 간접홍보 기법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달 중순께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연애시대’(박연선 극본·한지승 연출)에서 이동진(감우성)은 비디오 가게에 갔다가 ‘거미숲’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이 진열된 코너를 지나갔다. 두 작품은 감우성이 주연을 맡았다. SBS 수목드라마 ‘불량가족’(이희명 극본·유인식 연출)에서 백화점 기획실장 하부경 역을 맡고 있는 현영은 가수 데뷔곡 ‘누나의 꿈’을 극중에서 멋지게 ‘피알(PR)’했다. 시장 상인들이 주최한 노래자랑대회에 참가한 하부경이 귀여운 의상을 입고 율동을 곁들여 ‘누나의 꿈’을 부른 것이다. 방송이 나간 뒤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현영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노래를 홍보하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졌다”는 반대 의견이 교차했다. 5월2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정유경 극본·표민수 연출)에서는 주인공 김래원이 자화자찬식 대사를 선보여 안방 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극중 영화감독 최승희 역을 맡은 김래원은 4월17일 11회 방송분에서 스태프와 주인공 캐스팅에 대해 전화통화를 하다가 “아직 남자 주인공은 확정이 안 됐고요. 몇 사람 접촉 중입니다. 김 실장님은 누가 좋겠어요? 아, 김래원! 그 친구 최고죠. 연기가 요즘 물이 올랐더라고요. 저희도 영순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30대 젊은 작가들이 드라마를 좀더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만든 설정이다. 은근한 홍보 목적 외에 예상치 못한 ‘깜짝 웃음’을 유발하려는 일석이조의 ‘발칙한’ 시도들이다. 드라마의 이 같은 변신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다. 내부의 적(총 30여 편에 달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을 물리치고, 외부의 적(케이블 채널, 위성 DMB, 인터넷 등)도 막아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게 작금의 한국 드라마 현주소다. 변하지 않으면, 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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