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2006.05.16

유능한 리더는 ‘네트워크’에 강하다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5-10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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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능한 리더는 ‘네트워크’에 강하다
    자신이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누구 뒤에 줄을 서거나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을 한심하게 본다.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을 ‘무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다’고 폄하한다. 회사에서 ‘정치’라는 말을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실력도 없고 자기 일은 뒷전이면서 힘 있는 사람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면 문제가 있다. 접대와 뇌물이 정치 쟁점이 되는 시대에 이런 ‘정치’는 조직에서 몰아내야 할 대상이다. 특히 ‘정치’라는 말 자체가 유난히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우리 풍토를 생각하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관계와 정치는 조직에서 정말 아무런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직급이 높아질수록 정치력은 중요한 업무 능력이다. 모 대기업에서 부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서장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라고 나왔다.

    어떤 업무를 추진하는 데 타 부서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네트워크가 강한 부서장은 전화 한 통화로 모든 일을 해결해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부하 직원이 하루 종일 업무협조 공문을 작성해야 하거나, 비슷한 직급의 사람들끼리 비공식적인 협력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 이때 일이 잘되면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잘못됐을 경우 부서장은 무엇을 했냐며 부하 직원에게 핀잔을 주기 일쑤다. 정치력을 가진 리더가 있는 곳은 결제를 쉽게 받고 예산도 많이 받아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결제가 빈번하게 반려돼 위상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직급 높을수록 사내 정치력은 중요 업무 능력



    부서장의 소임은 무엇인가? 부서장은 실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부서원들이 맡은 업무를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윗선을 설득해 결제를 잘 받을 수 있게 해주며, 다른 부서와의 업무 공조가 잘 이뤄지게 해줘야 한다. 이것은 실무 능력이라기보다 리더십이며, 관계이자 정치다. 이런 일을 지저분한 뒷거래의 산물이라고 치부한다면 그는 무능한 리더일 뿐이다.

    나이 서른에 중견기업 재무팀장이 된 최 이사. 회사에 혈연, 지연, 학연 아무것도 없다는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경영진과 외부 유력인사들과의 관계’를 꼽는다. 그는 상사, 거래처와 개인적인 유대 관계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한다. 사람들은 ‘아부’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가 일을 수월하게 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는 그렇게 투자를 유치하고 사장의 신임을 얻어 지금 자리에 올랐다.

    그가 말하는 관계는 안 될 것을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될 것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일은 모두 사람이 하게 되어 있다. 똑같은 조건이라면 내가 친하고 편하고 잘 아는 사람에게 하나라도 더 배려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는 한마디 덧붙인다. “관계를 소중히 하는 만큼 조직에서 공격 대상이 되기 쉬워 더욱 조심한다”고. 책상에서 하는 업무도 소홀하지 않고 접대는 돈 대신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으로 한다. 거래처 사장 부인이 항암 치료 중인 것을 알고 돈봉투나 화분 대신 그분이 좋아하는 가수를 수소문해 사인을 받은 모자를 선물했다. 돈은 덜 들었지만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다. 그래서 감동적이다.

    그 결과 그는 말 한마디로 수십억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물론 수백 쪽에 달하는 투자유치 자료를 만드는 데에도 온 힘을 다했다. 그리고 그 공을 작업을 함께 한 직원들에게 돌렸고, 직원들 보너스도 챙겨줬다. 함께 밤샘작업을 하고 그 결과 짜릿한 성취를 맛본 부하 직원들이 그를 상사로 존경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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