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2006.04.11

B형 간염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

  • 김창섭 김창섭내과 원장 www.aloha-clinic.com

    입력2006-04-05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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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형 간염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

    B형 간염 예방접종 모습.

    간질환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 사람은 잦은 술자리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 비만이 원인인 지방간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의사로서 본다면 바이러스성 B형 간염이 가장 큰 문제다.

    1970년대로 돌아가보자.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술잔 돌리기’ 문화가 간염을 불러온다는 잘못된 인식이 캠페인을 통해 전파되면서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이 취업 등 여러 면에서 불합리한 사회적 차별을 받아왔다.

    바이러스성 간염의 원인은 에이즈와 비슷하게 비경구적인 감염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 감염된 환자와의 성관계, 비위생적인 치과기구, 오염된 주삿바늘, 침, 면도기나 칫솔의 공동 사용도 원인이 된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전염되는 수직 감염은 가장 주요한 감염 경로다. 다행히 B형 간염 환자나 바이러스 보유자인 산모로부터 출생하는 신생아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행된 예방접종 사업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한 신생아들 중에서도 10명 중 1명은 백신으로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로로 감염되었든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은 정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고 하면 간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있는 상태로, 전쟁에 비유하면 휴전 상태다. 몸속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의 활동을 감지하고 공격을 시작하면 전쟁이 시작되어 간염 상태가 된다. 전쟁이 길어지면 땅이 거칠고 황폐해지듯, 만성 B형 간염 상태가 길어져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간은 지쳐간다. 그리고 간경화, 간암으로 발전한다. 실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100배 이상 높다.

    간염 치료에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건강보조식품 등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되레 황달이나 복수가 생겨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라미뷰딘이나 아데포비어와 같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질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05년 12월, 이들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완화되고 기간 역시 연장되면서 10%의 약가인하 조치도 이뤄졌다. 경제적 이유로 정상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처지를 고려한 정부의 배려다.

    B형 간염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
    간은 90% 이상 기능이 망가질 때까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 ‘침묵의 장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자.

    우리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300만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질환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올바른 치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관리한다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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