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2006.04.11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 비상 DJ 용병술 벤치마킹?

  • eastphil@donga.com

    입력2006-04-05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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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후보 선정에 고심을 거듭해온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열린우리당이 후보로 사실상 확정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맹형규 전 의원에게 47.1% 대 29.8%, 홍준표 의원에게는 48.9% 대 26.8%로 압도적 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강 전 장관의 높은 지지도는 거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가 후보로 나서도 열린우리당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에 많은 당내 인사가 출마선언을 했던 지난해 말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동안 당 주변에서 끊임없이 나돌던 외부인사 영입론이 다시 세를 얻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할 힘이 당 지도부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드는 인사들이 더 많다. 그만큼 당 지도부에 카리스마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장 선거에 관한 한 귀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었다. 1992년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나야 했던 DJ가 부활의 나래를 편 것은 95년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해서였다.



    아태재단 이사장으로 정치 재개의 기회를 노리던 DJ에게 95년 지방선거는 기회였고, 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서울시장을 꿈꾸던 조세형, 홍사덕, 이철 의원 등 당내 인사로는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2개월여의 막후교섭 끝에 조순 전 경제부총리를 영입해 ‘박찬종 돌풍’을 잠재우고 승리를 움켜쥐었다. 이후 DJ는 국민회의를 창당해 15대 총선에 참여했고, 97년 대선 4수(修)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감격을 누렸다.

    DJ의 탁월한 감각은 98년 서울시장 선거 때에도 이어졌다. 그는 후보로 낙점했던 한광옥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로는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자 과감히 한 부총재를 버리고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하는 강수를 구사해 성공을 거뒀다.

    ‘맹형규-홍준표’ 카드를 거머쥔 한나라당은 선택과 집중에 입각한 DJ의 이런 용병술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를 거울로 삼을지, 아니면 강금실 거품론을 믿으며 강공을 도모할지는 그 후 판단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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