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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한국 잠수함 잡으려고 ‘족집게 과외’?

美 해군 6월 말 림팩 훈련 앞두고 지난해 ‘特訓’… 한국 해군 올해도 종횡무진 맹활약할까

한국 잠수함 잡으려고 ‘족집게 과외’?

한국 잠수함 잡으려고 ‘족집게 과외’?

한국이 갖고 있는 209 잠수함의 부상 모습.

매 짝수년도 태평양에서는 미국 해군 태평양작전사령부 주관으로 태평양 연안국가 해군들이 모여 림팩(RIMPAC) 훈련을 한다. 올해도 6월 말부터 7월 말 사이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열리는데, 이 훈련을 앞두고 미 해군이 한국 해군의 소형 잠수함을 잡기 위해 ‘특별조직’을 만들어 ‘족집게 과외’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특별조직 부분. 미 해군 태평양작전사령부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한 3함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 사령부를 둔 7함대, 바레인 마나마에 포진한 5함대를 휘하에 두고 있다. 2004년 4월8일 미 해군은 3함대 사령부가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소장을 사령관으로 한 138명의 요원으로 ‘대잠전(對潛戰) 함대사령부(Fleet Anti Submarine Warfare Command)’를 창설했다.

대잠전 함대 사령부는 샌디에이고항에 고정돼 있지 않고, 7함대가 있는 요코스카나 대서양작전사령부 휘하 2함대가 있는 버지니아주 노폭 등에도 배속돼 그곳 함대와 대잠전을 연습한다. 미 해군은 1998년부터 림팩 훈련에 참가한 한국 디젤 잠수함의 활약 때문에 이 사령부를 창설했다.

98년 충격 이후 대잠전 사령부 창설

한국 잠수함 잡으려고 ‘족집게 과외’?

한국이 도입할 예정인 214급 잠수함 그림. 연료전지로 표기돼 있는 것이 공기불요 추진장치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이 장치 덕택에 2주간 잠항을 할 수 있다.

한국은 독일 HDW조선소가 제작한 209급(1200t) 잠수함 9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잠수함은 1번함이 ‘장보고’로 명명돼 ‘장보고급’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4년 림팩엔 1번함인 장보고함이 ‘출전’해 상대편의 모든 수상함에 가상 어뢰를 명중시키고 자신은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는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장보고함이 가상 어뢰를 쏴 명중시킨 배 중에는 미국이 자랑하는 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존 스테니스함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장보고함은 미 해군의 이지스급 구축함 두 척과 이지스급 순양함 두 척에도 어뢰 공격을 퍼부었고,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낸 일반 구축함 네 척, 한국 해군이 파견한 을지문덕함과 충무공 이순신함에도 가상 어뢰를 명중시켰다.

상대방 전력 중에서 장보고함의 공격을 받지 않은 것은 미 해군 소속의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 두 척뿐이었다. 장보고함이 이렇게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동안 상대 수상함과 잠수함은 단 1초도 장보고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얻은 별명이 ‘퍼펙트 장보고’(주간동아 450호 참조).

한국 잠수함은 1998년 림팩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이종무함은 핵추진 잠수함인 카메하메함(8300t)에 어뢰를 명중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2000년에는 박위함이 참가해 상대 수상함 11척에 어뢰를 명중시켰고, 2002년에는 나대용함이 출전해 상대 수상함 10척에 어뢰를 먹였다.

그러나 한국 잠수함은 단 한 번도 공격을 받지 않았다. 한 차례 발각만 됐는데, 98년 이종무함이 상대편 P-3C기에 의해 5분 정도 항적을 들켰다가 도주한 것이 유일한 사례다(5분간 탐지해서는 잠수함을 공격할 수 없다).

잠수함과 수상함 대결에서는 잠수함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잠수함을 잡는 데는 잠수함이 최고’라는 등식이 등장했는데, 아직 미국 잠수함은 한국 잠수함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 잠수함은 미국 핵 잠수함을 격침시킨 바 있으니, 미 해군으로서는 대잠전함대 사령부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

미 해군은 디젤 잠수함은 없고 핵 잠수함만 72척 갖고 있다. 핵 잠수함은 ‘트라이던트’라는 이름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핵추진 잠수함과 ‘토마호크’ 등 재래식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으로 나뉜다. 전략핵 잠수함은 오하이오급(1만6000t) 14척, 핵 잠수함은 오하이오급 4척과 시울프급(9100t) 3척, 버지니아급(7800t) 1척, 로스앤젤레스급(6900t) 50척이 있다.

72척의 핵 잠수함은 팩스 아메리카나를 지탱하는 ‘보증수표’인데 림팩 훈련을 통해 그 위상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그러자 미국은 209 잠수함의 원 제작국인 독일에 관심을 돌리게 됐다. 독일은 평균 수심이 100m도 안 되는 발틱해에 면해 있다. 이런 지리적 조건은 잠수함 건조기술 발전을 촉진해 제1, 2차 세계대전 때 ‘U-보트’라는 이름의 천해(淺海)용 잠수함을 만들어 연합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HDW조선소는 이 전통을 되살려 600t급인 206 잠수함을 만들어 독일 해군에 공급했다. 수출용으로는 900~1200t급인 209 잠수함을 개발해 1967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13개국에 60척 수출했다. 한국은 1992년부터 2001년에 걸쳐 9척을 도입했다.

209 잠수함은 40여년에 걸쳐 제작되다 보니 그리스에 수출된 것과 한국이 제공받은 것 사이에는 현격한 성능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한국에 공급한 209는 동해라고 하는 심해(深海)용으로 제작된 것이라 태평양을 무대로 한 림팩 훈련에서도 위용을 뽐낼 수 있었다. 209는 일본이 자력으로 제작한 잠수함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내려졌으니, 미국은 ‘천해용’이라며 무시하던 209를 재평가하게 됐다.

올해는 잠수함 1척 구축함 2척 참여

이때 HDW조선소는 ‘공기불요(不要) 추진장치’를 장착해 더 오래 잠항할 수 있는 212 잠수함(7척)을 제작해 독일 해군에 납품했다. 212는 50m 수심에서 5노트로 잠항하면 고래가 유영할 때 내는 자연음 정도의 소음만 낼 정도로 조용한 것도 특징. 현재 한국과 그리스는 212를 심해용으로 개조한 214를 각각 3척, 4척 발주해놓고 있다.

미 해군은 212급 잠수함 임차를 의뢰했으나 독일 측은 거절했다. 두 나라가 그동안 잠수함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HDW조선소 경영권이 흔들렸을 때 미국의 OEP(One Equity Party)란 회사가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그로 인해 OEP사와 독일 정부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 2004년 OEP사는 HDW 주식을 독일 티센크루프사에 매각하고 철수한 적이 있었다.

독일 다음으로 재래식 잠수함을 잘 만드는 나라는 스웨덴인데, 스웨덴도 공기불요 추진장치를 단 고트란드 잠수함을 건조했다. 2005년 3월21일 미국과 노르웨이 해군은 ‘미국은 노르웨이 해군이 갖고 있는 고트란드 디젤 잠수함 1척을 23명의 승조원과 함께 2000만 달러에 빌려 대잠전(對潛戰)을 연습한다’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그해 6월27일 스웨덴의 고트란드 잠수함 1척이 샌디에이고항에 입항해 7월 말부터 한 달간 미 해군과 대잠전 훈련에 돌입했다. 미 해군으로서는 조용한 디젤 잠수함을 잡는 족집게 과외를 받은 셈이다.

6월 말 림팩 훈련에 한국은 한 척의 잠수함과 두 척의 구축함을 참여시킨다. 이 훈련에서 미 해군은 한국 잠수함을 격침해 족집게 과외의 효용을 입증해 보일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한국 잠수함의 밥이 될 것인가. 야구 WBC에 이어 해군 WBC가 벌어지고 있다.

인터뷰|정의승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사장

“독일 잠수함 설계기술 습득해야 안보 보장”


한국 잠수함 잡으려고 ‘족집게 과외’?
한국 해군은 어떤 잠수함 능력을 가져야 하는가. 이 막연한 질문에 오랫동안 잠수함 사업에 관여해온 정의승(67)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사장이 답을 내놓았다. 정 이사장은 최근 출간한 ‘한국형 잠수함 KSX’라는 책을 통해 하루빨리 독일의 잠수함 설계기술을 습득하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은 설계도대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과 건조한 잠수함을 운용하는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에 올라섰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해오던 잠수함 사업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가면서 기술자들이 흩어져 설계기술을 축적하지 못했다. 214 잠수함 도입을 통해 한국은 조용한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래의 안보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06.04.04 529호 (p18~19)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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