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7

2006.03.21

‘미래학 대부’ 한국에서 미래를 말하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03-20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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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학 대부’ 한국에서 미래를 말하다
    ‘미래학계 대부’로 추앙받는 제임스 데이토(73) 하와이대학 교수 겸 미래연구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유엔미래포럼의 한국대표 박영숙 호주대사관 공보실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한국 독자들에겐 낯설지만, 그는 세계 미래학계에서 미래학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 ‘미래 쇼크’의 저자 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미래협회를 설립했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기업과 정부의 미래전략 도출에 도움을 줬다.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와 손잡고 미래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며,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로봇의 ‘권리장전’을 미국 법조계와 함께 제정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학계에서도 낯선 존재가 아니다. 1980년과 92년 국내 교수들의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갔으며, 한국미래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고 이한빈 전 경제부총리와는 막역한 사이였다. 2004년엔 그의 제자 서용석 씨와 공동으로 영국 한국학협회의 후원으로 한류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의 한반도와의 인연은 북한으로도 이어진다. 1989년 황장엽 당시 북한 노동당 비서의 초청으로 김일성대학에서 특강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이 그때 그의 조언을 받아들였더라면 오늘 같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3월6일부터 10일까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청소년위원회, 방송위원회 등을 돌며 미래학 방법론에 대해 강연한 그의 일관된 주장은 ‘미래는 개척하는 것’이라는 한 마디. 그는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래학자가 될 수 있을까. 데이토 교수는 “뛰어난 미래학자가 되는 사람은 소수이겠지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래학자는 건축가와 닮았다. 건축가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변호사와는 달리,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건물을 짓기 전에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건물이 창조할 커뮤니티의 특성에 대해서도 예상해야 한다. 실제로 건물을 지을 때는 인부들을 조직하고 효과적으로 일을 시키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필요한 자금을 예상하고 이를 집행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능력은 미래학자의 그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전 세계 40여 국가에 미래학 석·박사 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국내에는 전무하다. 숙명주의적 태도를 오랫동안 지녀온 우리는 미래를 개척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광복 이후 ‘선진 모델’을 따라가기에 바빴던 한국으로선 새로운 미래를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에는 더 이상 따를 모델이 없다. 미래학에 눈을 돌려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데이토 교수에 대한 인터뷰는 3월17일 발매될 ‘신동아’ 4월호에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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