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6

2006.03.14

“학교급식뿐 아니라 교육환경도 바꿔야죠”

  • 강지남 기자

    입력2006-03-13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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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급식뿐 아니라 교육환경도 바꿔야죠”
    10년 넘게 ‘밥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학교급식네트워크의 배옥병(49) 상임대표가 2월27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5년 학교급식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부터 급식운동을 시작해 △위탁운영을 직영운영으로 교체하고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며 △유료 급식을 무료 급식으로 바꾸는 것을 핵심으로 한 급식운동을 줄기차게 펼쳐왔다.

    “아이들이 학교급식에 대해 늘어놓는 불평은 정말 엽기적이기까지 해요. 깍두기에서 파리 유충이 나오고, 국에서 바퀴벌레나 쇳조각이 나온 일도 있었죠. 다른 엄마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했는데 냉동 수입된 중국산 시금치나 유통기한이 지난 수입 가공식품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지난 10년 동안 급식운동의 성과는 컸다. 제주도·전남·인천시 등은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재료로 사용하고 있고, 전북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와 105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급식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중 ‘우리 농산물 사용’이라는 문구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몇몇 지자체가 제소되자 배 대표는 ‘우리 농산물 사용’ 대신 ‘생산자나 생산자 단체를 명기하는’ 내용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마련,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모두 새 법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순조롭게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남 청양 출신인 배옥병 대표는 19세 때 서울의 한 가발공장에 입사해 노조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감옥에 드나드는 어려움도 겪었던 그는 2001년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쳤고 2002년 성공회대 사회학과에 입학, 지난달 말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사회운동을 하느라 공부에만 전념하지 못해 교수님들에게 죄송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배 대표는 한국급식네트워크 상임대표 외에도 여러 사회운동 단체에 직함을 걸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본부, 서울시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본부, 서울교육혁신연대, 여성의 전화, 참교육학부모회 등등 그를 찾는 곳이 많다.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배 대표는 한 지역에 사는 엄마들과의 만남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을 특히 중요시한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그는 현재 지역의 엄마들과 10여 개 정도의 정기 모임을 통해 만나고 있다. 이들 엄마와 급식운동뿐만 아니라 안전한 통학환경 만들기, 교복 공동구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주5일 수업이 시작되면서 구로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얼마 전에는 강화도로 ‘보리밭 밟기 체험’을 다녀왔다.

    요즘 배 대표는 만나는 엄마들마다 손을 붙잡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3월 중순부터 모든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열리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는데, 여기에 꼭 참가하라고 당부해요. 여럿이 모여서 아이들 급식 문제며 도서관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라고요. 엄마들이 머리를 맞대면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좀더 바람직하고 희망차게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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