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6

2006.03.14

전공 집착 뚝! 평생학습 고!

직장인 위한 하이브리드 지수 높이기 … ‘DNA’ 다른 사람들 모임에 적극 참여해야

  •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서울과학종합대학 교수 kthan@eklc.co.kr

    입력2006-03-08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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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 집착 뚝! 평생학습 고!

    대학 동창회보다는 고교 동창회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사진은 휘문고 61회 동창생 모임.

    나는 공대를 나와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기업에서 이른 나이에 임원을 지냈다. 별 경험 없이 매니저가 된 나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때문인지 40대 초반에 회사를 나와 컨설턴트로 방향을 선회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MBA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기업을 대상으로 자문을 하고 리더십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커리어다. 당연히 사람들은 내 커리어에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어떻게 공대를 나와 컨설팅을 하느냐”, “경력이 특이하다”….

    처음엔 공대를 나온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공대를 나왔고, 대기업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훨씬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이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우물 저 우물을 파는 것도 그 이상의 강점이 될 수 있다.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해본 사람이 잘하는 일도 분명히 있다. 그런 면에서 미래는 ‘잡종’이 강세를 보이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남이섬’ 강우현 사장, 그만의 경영방식 ‘이채’

    모임도 그렇다. 명문대에서 학위를 취득한 김 박사는 매년 연말이면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한 제자 모임에 참석한다. 지도교수는 그 방면의 권위자이고, 그런 만큼 제자들 또한 연구소나 학교 등 요소요소에 진출해 있다. 그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해서 무슨 무슨 사단으로도 불린다. 공부하는 사람들이라 모여서도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다. 부부 동반으로 모여 각자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발표도 하고 다른 사람의 코멘트도 듣고 여흥도 즐기고….



    그런데 그렇게도 의미 있는 모임이지만 해마다 참석자가 줄어 주최자는 고민을 한다. 이유를 물어보자 이렇게 답한다. “무엇보다 배우자가 재미없어 합니다. 평소에도 매일 같은 얘기를 듣는데 1년에 한 번 만나는 모임에서까지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하느냐고 불평입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하니 자극도 없고 새로움도 없다는 것이죠. 그저 지도교수 눈치 보느라 의무감에서 나오는 셈입니다.”

    주식회사 ‘남이섬’의 강우현 사장은 잡종이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원래 CI(corporate identity·기업이미지 통합) 회사를 운영했다. 우연히 남이섬에 놀러 갔다가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데 충격을 받은 그는 남이섬을 한번 혁신해보라는 오너의 주문을 받고 이 일을 한 지 5년이 넘어간다. 몇 년 전의 남이섬과 지금의 남이섬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겨울에도 일본과 대만의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그의 경영방식은 일반인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줘서 우선 찾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번 온 사람이 다시 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남이섬은 망했을 겁니다. 우리는 재미를 추구합니다. 편안한 휴식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전공 집착 뚝! 평생학습 고!

    중국 베이징 시 서북부에 있는 칭화(淸華)대.

    남이섬이 그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전혀 다른 ‘DNA’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순혈주의보다는 잡종이 강하다. 개인도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하이브리드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전공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고교시절부터 문과와 이과를 구분한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전공대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전공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화공학을 했다고 해서 평생 화공 관련 일로 밥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화공학을 했다는 것은 화공학 관련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다. 그보다는 ‘세상에 내가 못할 일은 없다’ ‘기회가 오면 어떤 일이든 도전하겠다’ ‘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가장 나쁜 것은 ‘문과생인 내가 어떻게 저런 일을 하느냐’는 소극적인 태도다. 중국 최고의 명문인 칭화(淸華)대의 교육이념 중 하나는 ‘문리삼투(文理渗透)’다. 문과적인 것과 이과적인 것이 서로 반응하고 교감하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개인도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 늘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폭넓은 시야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도 파야 한다. 나는 연구원이니 연구만 잘하면 된다, ‘공돌이’가 뭘 알겠느냐는 식의 태도는 금물이다. 비록 연구소에 근무하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다른 분야의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세상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저것에 자극을 주고, 저것 때문에 이것이 움직인다. 위대한 발견이나 혁신은 늘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셋째, ‘DNA’가 다른 사람들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내가 자동차 회사를 다닐 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를 팔아 밥을 먹는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컨설팅을 하면서 밥을 먹는 방법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직업,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분야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잡종 강세는 그런 의미에서 진리다. 다른 사람들과의 폭넓은 교류야말로 자기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식혁명은 다른 지식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학위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 … 공부 중단 안 돼!

    넷째,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문맹은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이 아니다. 공부하기를 중단한 사람이다.’ ‘미래의 지식노동자는 3년을 주기로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앨빈 토플러와 피터 드러커가 한 이 말은 정말 맞다. 대학에서 배운 전공 지식 하나를 갖고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학위를 땄다고 해서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까? 최대한 3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어젠더는 평생학습, 새로운 학문에의 도전이다. 그러다 보면 그것이 예전의 지식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예상치 못한 통찰력을 준다.

    한 기업의 변화와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나는 그 과정이 화학반응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깨닫고 희열을 느낀 적이 있다. 세상 만물은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것을 통해 자신의 것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 미래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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