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6

2006.03.14

참신하고 빵빵한 인재 어디 없수!

여야 5·31 지방선거 인물 영입 경쟁 … 지역 여론 살피며 전략적 제휴도 모색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3-08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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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신하고 빵빵한 인재 어디 없수!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사들.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운찬 서울대 총장, 엄기영 MBC 앵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진념 전 경제부총리.

    노무현 대통령이 3월2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각 당의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아직까지 미정인 곳은 각 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른바 전략 후보지 중 일부.

    여야 정치권은 이들 지역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막판 대회전에 돌입했다. 여야는 동시에 지역 여론과 흐름에 따라 다른 당과 전략적 제휴도 암암리에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영입작업에 비춰봤을 때 여야 모두 별다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열린우리당은 집권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당 지지도가 낮아 어느 누구도 쉽게 입당하려 하지 않자, 결국 노 대통령이 개각까지 단행해 현직 장관급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고육지책을 써야 했다.

    한나라당은 거센 내부 반발로 인해 영입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은 물론 당 지지도가 높아 당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서울을 비롯한 경기·인천 등 수도권까지 당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 영입 자체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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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민주노동당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영입은 고사하고 마땅한 후보를 내세우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들 야 3당이 ‘정책 공조’를 빌미로 전략적 제휴를 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멀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영입 농사’가 역대 최악의 ‘흉작’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과연 각 당이 5·3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고 있는 전략 지역의 막판 영입대상은 누구이고, 전략은 무엇일까.

    서울·인천·경기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 모두 사활을 건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의 선거 결과가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와 직결된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 그만큼 여야 모두 이 지역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개각으로 한숨을 돌렸다. 당초 희망했던 서울시장-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경기지사-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인천시장-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이른바 ‘빅3’의 구도 가운데 진대제 전 장관에게서는 승낙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진 전 장관은 강금실 전 장관의 거취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지만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키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금실 전 장관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더라도 아름다운 패배일 수 있다”는 말로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고심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강 전 장관 측은 개각이 단행된 3월2일 “아직 고민 중인데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결단이 임박했음을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그러나 인천시장 후보로 추진했던 강동석 전 장관의 영입에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장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제안(인천시장 출마)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고사했다”고 잘라 말했다. “고사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역량이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재고할 여지도 없다”고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은 대안으로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과 송도균 SBS 상임고문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서울시장 후보 외부인사 영입부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 연말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해온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을 비롯, 박진·박계동 의원에 최근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까지 당내 경선에 가세했다. 이들 입장에서 외부인사 영입이 마뜩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

    경기지사와 인천시장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 김문수, 전재희 의원과 김영선, 이규택 최고위원에 최근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까지 뛰어들었다. 인천시장에는 안상수 현 시장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원복 전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이들 예비 후보군의 반발로 중도 사퇴한 한나라당 김형오 전 인재영입위원장은 “서울 및 수도권의 영입작업은 지도부의 결단 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는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오지 않으면 현 구도에서 경선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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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한 몸이었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에 ‘피 튀는’ 일전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지지도나 후보군에서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이, 전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 당은 열세지역을 만회하기 위해 상대 당 후보를 빼오기 위한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이 전남지사 후보로 박주선 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지난 연말부터 공들여왔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박 전 의원의 지역 내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남지역의 당 지지도 분포와도 무관치 않다.

    “전남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동부지역은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높고, 서부지역은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점을 감안해 동부지역인 전남 보성 출신의 박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지지도 상승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적극 영입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영입 제의를 거절하고 민주당 경선에 나선 상태. 현재 민주당 전남지사 경선은 박준영 현 지사와 박 전 의원, 양자 대결구도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 사람 중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와도 쉽지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전남지사 후보로 박 전 의원과 동향인 전남 보성 출신의 손학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승리를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염동연 신임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와 한 단독 면담에서 “여러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으나 현재 확정된 사람은 손학래 사장 한 사람”이라며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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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입당식에서 현명관 삼성물산 전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박근혜 대표의 환영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광주시장 후보를 찾는 데도 여간 고민이 아니다. 현재 김재균 북구청장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고,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물망에 오르내리지만 민주당 후보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광주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박광태 현 시장과 강운태 전 의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그나마 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후보로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정도가 꼽히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개각 일주일 전 “당내 여론조사 결과 정동채 전 장관을 상대로 선거했을 경우 박광태 현 시장은 패하고, 강운태 전 의원은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그러나 정 전 장관의 평소 스타일을 보면 선거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원 배지를 떼면서까지 모험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정 전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장관직을 물러나면서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는 전언.

    한편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약세인 전북지사 후보로 진념 전 경제부총리를 내세우려다 실패하자, 김완주 전주시장의 도전을 거세게 받고 있는 강현욱 현 지사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충남·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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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국민중심당 간에 물고 물리는 묘한 세력분포가 형성된 지역이다. 열린우리당이 우세인 대전은 한나라당의 전략 후보지다. 한나라당이 강세인 충북은 국민중심당의 주 공략대상이고, 국민중심당의 텃밭인 충남은 열린우리당의 접수희망 지역이다.

    이들 3당은 우세지역에 확실한 후보를 내세워 교두보를 마련한 뒤 전략 후보지에 적절한 인사를 영입하거나 다른 당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열린우리당은 대전시장 후보로 염홍철 현 시장을 사실상 내정한 상태에서 개각을 통해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충남지사 후보로 차출했다. 충남이 국민중심당의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행정신도시 개발에 따른 현 정부의 지지표를 결집하면 승산이 전혀 없지 않다는 계산에서다.

    한나라당은 정우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한대수 전 청주시장, 김진호 전 국정원 관리관이 지사 후보로 나서 충북 수성을 장담하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대전에서의 역전도 노려보겠다는 전략이다.

    김형오 의원은 “우세 지역인 영남지역이나 강원, 충북 등의 광역단체장 후보는 특별히 외부에서 영입할 필요 없이 이미 정해진 당내 경선으로 충분하다”면서 “대전시장 후보로 몇몇 인사들과 접촉 중인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신하고 빵빵한 인재 어디 없수!

    열린우리당 의장실에서 한범덕 전 충북지사(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당 지도부로부터 입당 환영을 받고 있다.

    국민중심당은 심대평 현 충남지사가 당 대표로 있는 만큼 충남이라는 안방을 쉽게 뺏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인제 의원을 적임자로 추천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

    한편 국민중심당은 민주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충북지사에 단일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후보로 거론됐던 김영환 전 의원의 설명이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충북지사에 출마하려면 당을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 과거 경기지사 경선에 나갔던 전력이 있어서 경기지사 출마 권유도 받고 있지만 지역 여건이 만만치 않다. 솔직히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당을 생각한다면 어디든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고민 중이다.”

    부산·대구·영남·강원·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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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강세인 이들 지역 대부분의 여야 후보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후보는 그동안 거론됐던 후보들 가운데 경선을 통해 결정되고, 열린우리당 후보는 당 차원에서 결정한 전략적 후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

    부산시장의 경우 허남식 현 시장과 권철현 의원의 경선으로 결정될 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열린우리당 전략 후보로 차출됐다.

    경남지사 한나라당 후보에는 김태호 현 지사와 송은복 김해시장, 황철곤 마산시장 등 3파전으로 압축된 상황. 여기에 여차하면 김두관 최고위원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설 태세다. 창원시장 출신인 공민배 대한지적공사 사장과 정해주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등도 오래전부터 열린우리당 후보로 거론돼왔던 인물들. 당 지도부는 이들의 경쟁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지사 한나라당 후보를 놓고 김광원 의원과 정장식 포항시장, 김관용 전 구미시장 등이 경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는 당초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본인이 끝까지 고사하면서 허준영 전 경찰청장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추후 추 장관의 경북지사 출마를 고려해 한국도로공사 이전지를 경북지역으로 결정하는 등 나름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고사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제주지사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공들였던 현명관 삼성물산 전 회장은 결국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게 됐다. 김태환 현 지사가 이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가장 큰 변수로 점쳐지는 상황. 열린우리당 후보로는 양영식 전 통일부 장관과 진철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중에 여론조사 결과 높은 지지도를 얻은 인물로 결정하기로 후보자들 간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곳은 열린우리당의 강원지사 후보와 한나라당의 대구시장 후보 정도다. 열린우리당은 엄기영 MBC 앵커를 강원지사 후보로 영입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이후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영입작업 결과에 따라 현재 중앙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이광재 의원이 강원지사로 출마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나라당의 강원지사 유력 후보는 김진선 현 지사.

    한나라당은 이재용 환경부 장관의 대구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영입대상자 물색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김범일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을 비롯해 신주식 전 CJ그룹 부사장, 이한구 의원, 서상기 의원 등으로는 다소 버거울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당 관계자는 “당내 반발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영입대상자를 물색 중”이라며 “특별한 상황이 오지 않는 한 현 구도에서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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