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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실전 風水|대통령의 귀향

당신은 고향 땅과 궁합이 맞습니까

당신은 고향 땅과 궁합이 맞습니까

당신은 고향 땅과 궁합이 맞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와 봉화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퇴임 후 임대주택에 살다가 귀촌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 1월에는 “퇴임 후 고향 동네인 진영이나 김해, 아니면 부산에 내려와 살겠다”며 좀더 구체적인 귀향 계획을 밝혀 고향 사람들에게서 박수를 받았다. ‘대통령의 귀향’ 소식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화젯거리가 된 것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고향이나 지방으로 내려간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들이 퇴임 후 지역사회로 내려가 사회봉사를 하며 새 인생을 사는 것처럼 우리 대통령도 그 같은 귀향을 하겠다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인생에 실패한 사람은 고향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한다. 물론 성공하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고향이 싫기 때문이다.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하나가 고향 땅의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터가 그를 쫓아내, 성공을 한 뒤에도 그 땅과 화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귀향 마다하는 원인 중 하나는 ‘땅의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

대통령들이 귀향하지 않는 까닭은 놓아버린 권력에 대한 미련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고향 땅의 성격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몇 년 전 역대 대통령의 생가를 답사한 뒤 그 풍수적 특징을 월간 ‘신동아’에 기고한 적이 있다(2000년 10월호). 대통령들의 생가에는 두드러진 특징 두 가지가 있었는데, 당시 글을 인용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당신은 고향 땅과 궁합이 맞습니까

노 대통령의 선영.

“하나는 ‘집 바로 뒤로 산 능선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풍수에서는 이것을 ‘산 능선이 다하는 곳(山盡處)’이라고 하여 중요시한다. 전선을 따라 흐르는 전기와 마찬가지로 산천의 정기는 산 능선을 따라 흐른다는 관념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특징은 태어날 때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터는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고 변방에 있다는 점이다. 마을 전체에서 볼 때 마을을 감싸주는 테두리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테두리 지점은 심리적으로 울타리 구실을 하는 곳으로 동네 중심부와 외부세계의 경계에 있다. 한편으로는 동네 중심부를 부러워해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스러운 눈으로 바깥세상을 넘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생가를 떠난 사람들’이 됐다. 고향에 대한 원초적 감정이나 추억이 결코 편안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그 땅과 화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 대통령의 생가 역시 앞에 언급한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 특징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동네 좌청룡이 끝나는 지점에 있으며 그 옆에 바위로 된 봉화산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귀촌과 귀향을 이야기했다.

풍수에서 말하는 혈(穴)이란 사람(산 사람, 죽은 사람)이 거주할 곳을 말한다. 바로 그 혈을 찾아가는 과정과 행위가 풍수다. ‘존재의 고향’을 찾아가는 행위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자신을 밀어냈던 생가나 고향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떠나온 고향을, 산업화와 세계화의 과정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농촌을 찾겠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은 아름답다.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자신의 책 ‘나무야 나무야’에서 “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이라고 했다.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결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 그러나 고향을 떠났으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 ‘자신이 고향 산천과 닮았다’는 것을 결코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6.03.07 525호 (p86~86)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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