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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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동성애자 집단 섹스 … 눈치 보는 이 없었다

이태원 동성애 클럽 수개월 전부터 혼음 파티 … 누구나 입장 가능 공개 행사 더욱 충격

  • 장원재/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입력2006-02-28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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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동성애자 집단 섹스 …  눈치 보는 이 없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E텔 전경. ‘영업 중’이라는 팻말이 걸린 동성애 클럽 출입문.

    2월23일 오후 11시경. 동성애자들의 모임인 ‘목요이벤트’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소방서 건너편 건물 3층 E텔. 짧은 머리에 청바지를 입은 20대 초반의 남성, 밤색 무스탕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20대 중반 남성이 10분 간격으로 들어갔다. 그들 뒤를 따라 ‘영업 중’이라는 팻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남자 종업원이 “어서 오십시오”라며 취재진을 맞았다. 조용한 팝이 흐르는 실내는 생각보다 어두웠다.

    ‘목요이벤트’ 입장료 1만원

    동성애자들의 비밀스런 모임인 만큼 엄격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칠 것이란 취재진의 예상은 빗나갔다. 입장료 1만원을 내자 종업원은 옷장 열쇠와 흰 수건 한 장, 눈을 가릴 수 있는 가면을 건넸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나오니 폭이 채 1m가 되지 않는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창가에는 서너 명의 남성들이 나체로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안에서만 밖을 볼 수 있는 창문을 통해 이태원의 야경이 드러났고 이를 감상하는 친구의 얼굴은 꽤나 진지했다.

    복도 끝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파우더실이 마련돼 있다. 로션, 칫솔, 일회용 가글액이 놓여 있는 파우더실 한편에는 동성애자들이 관계를 맺을 때 사용하는 일회용 윤활제도 쌓여 있다. 지나가는 이들과 통로에 기댄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흔한 모습. 서로 가슴이나 성기를 쓰다듬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따금 추파를 거절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커플(?)은 분위기에 취해 서로의 몸을 쓰다듬으며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몇몇 커플은 창문 건너편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갔다. 칸막이로 나눠진 방은 모두 여섯 개. 문이 없고 커튼이 걷힌 방은 방이라기보다 오픈된 섹스 공간에 가깝다.

    성행위를 하는 이들 주위로 사람들이 모인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애무를 시작했다. 자위를 하는 남성에서 서너 명씩 엉켜 있는 이들까지…. 주위를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2평이 채 안 되는 방에서는 남성 7명이 서로 쓰다듬고 애무를 한다. 성행위가 끝나면 흩어졌다가 다른 상대를 끌고 다시 방에 들어갔다. 손님들은 대부분 건장한 체격의 20대.



    목요일마다 열리는 이 집단 성교 이벤트에는 간단한 규칙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전라여야 한다는 것. 종업원은 “수건으로 가리면 안 된다”며 몸을 가린 이들에게 수시로 규칙을 환기시킨다. 나가려는 취재진에게 “기다리면 손님이 더 많이 온다”며 관심을 유도하는 종업원 얼굴이 무표정하다.

    이곳에서 만난 ‘로빈’은 캐나다인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며 “동양 남자에게 관심이 있어 중국에 가는 길에 들렀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온 일본인도 “서울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른다”며 E텔의 국제경쟁력(?)을 확인해줬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며 당당한 표정을 짓는다.

    남성 동성애자 집단 섹스 …  눈치 보는 이 없었다

    게이바에 앉아 있는 두 남성.

    ‘목요이벤트’는 이 업소가 직접 주관해 신원확인 없이 누구든 입장이 가능한 공개행사. 인터넷에 있는 업소 홈페이지에도 공지되기 때문에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이 업소가 공개 장소에서 집단 가면 혼음 파티를 시작한 것은 수개월 전부터. 업소 측은 ‘목요이벤트’를 알리기 위해 동성애 포털 사이트에 ‘한국에서 가면 파티를 시도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자랑스럽게 광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업소가 위치한 골목은 흔히 ‘게이 힐’이라고 불린다. 건물 뒤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King Club’, ‘Always Homme’ 등 이름만 봐도 남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트랜스젠더들의 바도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 있다.

    골목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남성 동성애자들의 마사지 업소인 B숍이 있다. 이곳은 보디빌더들을 마사지사로 고용해 인기가 높다. 특히 B업소의 남성 고고쇼는 동성애자들 사이에 인기폭발이다.

    업소 위치한 골목 ‘게이 힐’로 불려

    이들은 전국 게이 클럽 순회공연을 하기도 하고 동영상을 제작해 동성애 포털사이트를 통해 유통시키기도 한다. 가면 파티를 비롯해 남성 마사지나 고고쇼, 즉석에서 성행위를 할 수 있는 휴게텔과 사우나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 버스터미널 화장실이나 삼류 극장에서 만나는 게 고작이던 동성애자들이 지금은 클럽이나 전용 찜질방 등에서 자유롭게 상대를 만나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파트너를 고른다. ‘이반닷컴’이나 ‘이반시티’ 같은 동성애 포털 사이트에는 동성애자들이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사우나, 휴게텔, 술집 등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동성애에 개방적인 풍조가 정착되면서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해서도 관대해지는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성 동성애자 집단 섹스 …  눈치 보는 이 없었다

    2001년 6월23일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에서 열린 동성애자 퍼레이드에 세계 각국에서 온 5만여명의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이상원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왕의 남자’ 등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현대인들의 동성애적 코드를 더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자들이 가면을 쓰고 집단으로 성행위를 즐기는 배경에는 동성애자들이 처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지적도 있다. 윤가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동성애자들은 만남의 기회와 장소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한 번의 만남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욕구가 집단 성관계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고 동성애를 인정한다면 집단 혼음과 같은 비정상적인 연애 형태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단 난교는 흥분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의식”이라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기에 이러한 유대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 혼음 지극히 일부의 문화”

    집단 혼음은 물론 동성애자들 전부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관계자는 “집단 혼음은 동성애자들 가운데에서도 지극히 일부의 문화”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집단 혼음 등의 방식으로 실정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런 동성애자들에 대한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E텔 같은 경우 근처 상인들도 “그런 곳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관할 경찰서 한 관계자는 “E텔의 실태를 아느냐”는 질문에 “정보가 있으면 달라”고 매달렸을 정도. 그는 “집단 혼음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없다”며 “동성애 모임의 경우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듣지 않는 한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원택 변호사는 “성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라면서도 “집단으로 혼음을 일삼는 성 도착증 환자까지 보호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명백한 범죄 행위들은 적발하는 대신 합법적인 행위들은 보호해줘야 한다는 동성애자들의 권익에 대한 재해석이 눈길을 끈다.

    한국의 ‘핑크산업’은

    데이트·여행 주선 온라인 커뮤니티 급성장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최근 대중문화 영역에서 동성애 코드 열풍이 불면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한 핑크산업(Pink Industry)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1년경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한 핑크산업의 주무대는 온라인. 특히 동성애자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동성애 데이트나 여행 등을 주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세는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진다.

    2002년 본격적인 상업 커뮤니티로 탄생한 게이 커뮤니티 ‘이반시티’는 하루 100여명의 회원이 새로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1만7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이반시티의 인기 서비스인 ‘온라인 미팅 서비스’에만도 하루 50명 이상의 회원이 새로 서비스를 신청한다.

    이 사이트는 유료회원만 3만~4만명에 달해 그 비율은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회원은 10만여명 수준이지만 유료회원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상당수임을 감안하면 수익 모델 구축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

    한국 최초의 동성애 주식회사인 ‘딴생각’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해피이반’도 유료회원이 전체 회원 수의 절반에 달하는 4만여명. ‘딴생각’ 홍창민 대표는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한 핑크산업의 매출 증가율이 매년 30~40%에 달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쇼핑몰을 합친 온라인 시장 규모만 1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핑크산업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온라인 시장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동성애 출판시장도 확대될 조짐이다. 출판사 ‘해울’은 2월부터 동성애 문학 커뮤니티인 ‘G문학’과 연계해 동성애 관련 문학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 출판사는 이중 인기를 모은 작품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에 비해 여행, 보험 등 오프라인 시장은 아직 전무한 상태.‘이반시티’는 지난해 태국 여행상품을 개발했으나 참가자 부족으로 일정 자체를 취소했다. 동성애자 결혼정보회사나 전용사진관도 모두 사업 초기에 실패했다. 유럽과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상업적 성공을 거둔 동성애자들의 고급 파티상품이나 보험상품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는 동성애자들이 여전히 ‘아우팅(Outing·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대표는 “동성애자를 ‘비정상’으로 보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의 핑크산업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시장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문병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we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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