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5

2006.03.07

與, 강금실에 목매는 까닭은…

5·31 지방선거 유일한 대안 ‘낙점’ … 선봉장 맡아 당에 새바람 불어 넣어주기 ‘기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2-28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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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강금실에 목매는 까닭은…
    2월23일 오전 11시 평화방송과의 인터뷰를 끝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인재발굴기획단장은 방송사가 낸 보도자료를 보고 경악했다. “난항을 겪고는 있지만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영입작업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는 발언이 ‘강 전 장관, 서울시장 출마 어려울 듯’이란 제목으로 바뀌어 배포됐기 때문. 즉각 해명자료를 돌려 강 전 장관 보호에 나섰지만 정치권은 보도자료를 놓고 미묘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비슷한 시각 한나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A 씨의 여의도 캠프. 강 전 장관의 불출마 소식을 접한 참모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A 씨의 핵심 측근이 소집한 회의였다. ‘외부영입은 없다’는 단순하면서 강한 결론을 도출한 참모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 과실을 ‘A 후보가 딸 것인가 아니면 경쟁후보가 취할 것인가’를 놓고 30여분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난상토론은 사무실 직원이 문 단장 측의 해명자료를 건네면서 끝이 났다.

    강 전 장관의 파워가 정치권을 압도하고 있다. 그는 5·31 지방선거 최대의 이슈인물로 부상했고, 여당은 그의 영입에 목을 매고 있다. 정동영 당의장을 비롯해 김근태, 조배숙 등 당 지도부는 강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다. 2월23일 청와대를 방문한 정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문 단장은 서너 차례 강 전 장관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당의 애절한 구애와 달리 강 전 장관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면서 우리당 관계자들의 애를 태운다. 침묵 속에 장고의 모습을 보탠 강 전 장관의 처신이 정치권과 국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강 전 장관은 무엇을 고민하는 것일까.

    강 전 장관은 ‘행복해지고 싶다’거나 ‘자유인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 두 가지를 포기해야 하거나 제약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 전 장관의 캐릭터로 볼 때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본인 스스로도 정치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강 전 장관을 만난 정치권 한 인사의 전언 속에 강 전 장관의 고민이 어렴풋하게 잡힌다.

    “강 전 장관은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정치에 대한 확신도 없다. 주변에서 정계 입문을 강권하지만, 정치권 진입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돼 있지 않다.”

    당 지도부 삼고초려도 마다 안 해

    더 큰 문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측이 가능한 삶을 살아온 그로서는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與, 강금실에 목매는 까닭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2005년 12월26일 여성인권 대사 자격으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시내 빈민촌의 모자보건센터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들과의 대화에 배석한 강금실 장관.

    5·31 지방선거는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선거의 특성상 우리당의 고전은 불가피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당 해체까지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밑바닥 여론은 살얼음판이다. 강 전 장관이 출마하면 선봉장을 맡아야 한다. 전투가 치열할수록 강 전 장관의 상처는 커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강 전 장관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작 여론과 국민 감정을 놓고 강 전 장관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선거에 질 경우 법무부 장관직을 그만둘 때처럼 호호 웃을 수 있겠는가”라는 한 측근의 문제제기는 강 전 장관이 안고 있는 고민의 성격을 함축해준다.

    강 전 장관은 2월 중순 한 지인에게 “운명이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펼쳐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 전 장관은 특히 참여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고 개혁의지가 퇴색하는 부분에 대해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의 한 지인은 “강 전 장관이 여당의 압박에 상당 부분 마음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도 이런 기류를 대략 확인한 상황이다. 여권은 조만간 강 전 장관의 고민을 매듭짓고 결단을 유도할 계획이다.

    강 전 장관의 등장 시기와 방법 등은 이미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단장의 한 측근은 “강금실 효과가 극대화 되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점이 등장 시기”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일(3월19일)을 전후해 등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점이라는 것. 출마 선언과 함께 속전속결로 가야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그가 앉을 의자도 이미 마련한 상태.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최고위원 자리라면 어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안은 이미 강 전 장관에게 모두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에 선 강 전 장관은 ‘블루칩’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제도권으로 들어섰을 경우 경쟁력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여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강 전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나 선호도가 다른 후보들보다 앞선다. 당 지지도의 2배 수준인 강 전 장관의 지지율(30~40%)을 눈여겨본 전문가들은 강 전 장관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더라도 경쟁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여성으로서의 당당함과 캐리어가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당 러브콜에 응할까 … 강금실은 장고 중

    강 전 장관에 대한 우리당의 기대치는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선다. 우리당은 강 전 장관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맞서 지방선거 전체를 지원하는 여전사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정 의장의 측근으로 활동하는 P 의원은 “같은 여성성과 전문성으로 (박근혜 대표와)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은 박 대표에 대해 피해의식이 있다. 2004년 총선 때 거센 탄핵바람에도 텃밭인 영남지역과 수도권 일부를 사수했다. 박풍(朴風)은 각종 재·보선에서 우리당에 전패에 가까운 참담한 성적표를 안겼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풍을 견제하지 못할 경우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할 것이란 전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강풍(康風)의 등장이다.

    강 전 장관에게 열광하는 사람은 20대와 30대가 주력이다. 40대의 남성 유권자들도 강 전 장관을 연호한다. 우리당은 강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이런 유권자층을 눈여겨본다. 강 전 장관을 여권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젊은층과 개혁세력을 다시 결집시킬 수 있는 카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 일각에서는 강 전 장관의 한계점을 거론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당은 강 전 장관을 최선의 카드로 보지는 않는다. 따지고 보면 여론조사를 통해 나오는 지지율도 절대적 우위라기보다 상대적 우위에 머문다. 강 전 장관에게는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 가운데 하나인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하는 능력에 대한 의문이 따라다닌다. 이미지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내면의 깊이와 무게는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당은 그 이상의 카드를 찾기 어려워 강 전 장관 모시기에 올인하고 있다.

    2월22일 정 의장의 한 측근이 강 전 장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정 의장은 노 대통령을 만나 강금실 카드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의 뜨거운 구애를 받은 강 전 장관은 추던 춤을 멈추고 장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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