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3

2006.02.21

名士 10인속마음 털어놓다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6-02-20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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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名士 10인속마음 털어놓다
    인터뷰이(interviewee)의 속마음을 정확히 끄집어내는 예리한 질문, 상대방 기분을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약점을 건드리는 화술, 인터뷰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양념을 치는 유머 센스까지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인터뷰 실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 시대의 말과 생각’은 저자의 다섯 번째 인터뷰집. 이전 책들이 그랬듯 이번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대한민국에서 이름 석 자만 대면 통하는 명사들이다. 작가 김주영, 천정배 법무부 장관, 탤런트 최진실, 한승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만화가 허영만,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연극인 윤석화, 신용하 백범학술원장, 국민가수 조용필, 이용훈 대법원장 등 10명. 이들은 자신의 삶과 열정, 가슴속에 담고 있던 고뇌와 아픔까지도 저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소맥(소주+맥주)’을 좋아한다는 최진실은 “법원 건물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말로 이혼 후유증을 내비쳤고, 김용준 교수는 동생인 도올 김용옥에 대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고 표현했다. 김주영은 대학 1학년 때 박목월 시인에게서 “자네는 운문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크게 상심한 나머지 곧바로 자원 입대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가 항상 의도한 대로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조용필과의 인터뷰가 특히 어려웠던 모양이다. 저자는 “짧고 어눌한 답변 때문에 조금 힘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 뒤엔 인터뷰이 감싸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용필은 역시 노래로 말하는 사람인가 보다.”

    저자는 월간 신동아에 ‘황호택이 만난 사람’을 5년째 연재하고 있다. 그의 인터뷰를 거쳐간 인사가 벌써 50명을 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저자도 인터뷰어(interviewer)로서 명사 소리를 듣는다. 그 때문인지 곤혹스러운 질문을 감수하면서도 그의 인터뷰를 당하고 싶어하는 유명인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황호택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360쪽/ 1만1000원

    名士 10인속마음 털어놓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회에 대해 “지루하다” 또는 “어렵다”고 말한다.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영화관 가듯 편한 마음으로 음악회를 찾지 못한다. 왜 그럴까?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음악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심적 부담을 갖는다. 음악 칼럼니스트이자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저자는 클래식에 대한 온갖 궁금증에 대해 해답을 내놓았다.

    ‘왜 음악회에만 가면 졸릴까?’ ‘공연 팸플릿은 꼭 읽어야 하나?’ 같은 단순하고도 실용적인 질문에서부터 즉흥연주의 정의,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에서 지휘자의 역할 등 다양한 음악 상식을 코믹한 일러스트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즐기라고 조언한다. 말러의 교향곡이 너무 길다고 말해도 괜찮고, 바그너 음악을 들을 때 꼭 황홀경에 빠져야 한다는 법도 없다는 것. 클래식 입문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 구실을 해주는 책이다.

    크리스티아네 테빙켈 지음/ 함수옥 옮김/ 열대림 펴냄/ 304쪽/ 1만25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名士 10인속마음 털어놓다
    중국 땅 티베트에서 인도로 망명하려면 5000~6000m 높이의 히말라야를 넘는,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모험을 해야 한다. 이 탈출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병을 얻는다.

    전생에 티베트인이었을 것 같은 저자는 인도, 네팔의 티베트인 정착촌에서 고아 아닌 고아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티베트 사람들을 만난다. 히말라야 산중에 죽은 동포를 두고 떠나온 아픔을 잊지 못하는 직메, 출구 없는 망령자의 삶에 지쳐 자살을 택한 된둡 켈상, 망명자 처지이면서도 가난한 인도인을 돕는 잠빠 등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티베트의 현실을 가슴 아파한다.

    서울로 돌아온 저자는 티베트를 직접 찾기로 결심, 여행 가방을 꾸린다. 첩보영화 같은 여행을 하며 신의 땅 라싸로 향한다. 길 위의 이름 모를 티베트인들과 포탈라 사원의 달라이 라마 사진을 몰래 간직하고 있는 승려 롭상까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그러나 가장 지혜로운 그들을 만난다. 티베트는 세상의 모든 바람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자유로운 영혼 티베트를 통해 우리의 삶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고 있다.

    정희재 지음/ 샘터 펴냄/ 376쪽/ 1만2000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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