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3

2006.02.21

‘전략적 유연성’ 파문 정동영 前 장관과 무관?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2-15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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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을 대상으로 한 첫 인사청문회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내정자는 야당 의원들에게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2월1일과 2일 양일간 NSC 비공개 문건을 공개하면서 촉발된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문제의 비공개 문건은 2005년 12월29일 NSC 상임위 회의록 내용 중 일부와 같은 해 4월5일 작성된 NSC 내부 문건.

    NSC 상임위 회의록 내용 중에는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과 당시 이종석 사무차장 간의 질의응답 부분이 문제가 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 차장은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으로 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조약 대신 ‘공동성명’ 형태로 가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종석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았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12월29일 회의를 주재하고 결론을 내린 사람은 이 장관 내정자가 아니다. 바로 전임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됐던 지난해 4월5일자 NSC 내부 문건은 국정상황실의 문제 제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그즈음 국정상황실은 외교부와 NSC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 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4월6일과 15일 열린 대책회의에서 NSC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사람도 바로 정 전 장관이다. 책임을 져도 정 전 장관이 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정 전 장관은 이번 전략적 유연성 파문에서 ‘쏙’ 빠져 있다. 회의록상 과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정 전 장관의 입장은 무엇이었을까.

    회의록을 공개한 최 의원은 이에 대한 질문에 “매우 민감한 내용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다. 지금은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정 전 장관 측에 입장을 물어봤다. 그런데 답변이 아리송했다. 처음에는 “그 문제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재차 묻자 얼마 후 다른 답변을 보내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같다는 것인지 좀더 구체적인 답을 요구했지만 정 전 장관 측은 “장관님의 답은 거기까지였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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