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2

2006.02.14

모기가 내 삶을 바꾸다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6-02-13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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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가 내 삶을 바꾸다
    흡혈형사 나도열’의 주인공 나도열은 뇌물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는 비리 경찰이다. 그런데 푼돈을 챙기며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던 그에게 어느 날 재수없는 일이 일어난다. 트란실바니아에서 드라큘라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비행기 타고 한국에 왔다가, 차도에서 핏대 올리며 다른 운전사와 싸움을 벌이던 나도열을 물어버린 것이다.

    그 후 나도열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그에게 꾸준히 뇌물을 갖다 바친 범죄자는 더 큰 일을 저지르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그의 비리도 발각될 판이다. 게다가 그는 모기에 물린 뒤부터 성적으로 흥분하면 송곳니가 나오는 흡혈귀가 된다.

    ‘흡혈형사 나도열’ 안에는 두 가지 장르가 공존한다. 하나는 ‘꼴리면’ 곧장 흡혈귀가 되는 남자의 코미디로 기본적으로 세미 포르노에 속해 있다. 다른 하나는 갑자기 특별한 기회로 인해 초능력을 얻게 된, 가면 쓴 슈퍼 히어로의 영웅담이다.

    이 영화제작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강조하고 싶어하는 건 첫 번째지만, 사실 영화는 두 번째에 더 치중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3부작으로 계획되었으며, 뒤의 두 편을 위한 스토리도 이미 나와 있다고 한다.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꼴리면 흡혈귀가 되는 남자 이야기’라는 설정을 넘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의 겹쳐진 설정들을 다루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디어나 스토리가 아니라 톤의 조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코믹하게 밀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중간 중간의 드라마와 액션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인가?



    ‘흡혈형사 나도열’은 슈퍼 히어로 액션물에 더 치중한다. 이 영화는 여전히 코미디이지만 작정하고 사람들을 웃기려 하진 않았다. 반대로 영화의 몇몇 부분들은 그냥 웃기엔 조금 어둡고 가끔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기도 하다. 이 선택이 그렇게까지 성공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유머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유머와 액션이 적절하게 결합되는 부분은 모두 김수로의 몸을 던진 연기 덕을 보고 있다. 각본 자체는 특별한 시도나 재치 없이 그냥 자기 할 일만 한다는 식이다.

    평범한 아이디어에 익숙한 스토리이며, 이야기는 종종 심하게 논리에 맞지 않지만 ‘흡혈형사 나도열’은 그리 나쁘지 않은 킬링타임용 영화다. 배우들의 에너지는 칭찬할 만하고 중반 이후의 상승 과정도 좋다. 설정을 재검토하고 유머의 질을 강화한다면 속편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독립적인 영화보다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영화적 아이디어를 소개하기 위한 견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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