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1

2006.01.31

광활한 대륙 거미망 연결 … 철도 건설에 총력전

  • heb8610@donga.com

    입력2006-01-25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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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열차의 행로를 찾아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연초 중국 방문 뉴스는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압록강변의 중국 국경도시 단둥(丹東)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행방을 둘러싸고 세계 언론은 숨 가쁜 추측 기사를 토해냈다. 베이징행, 상하이행 심지어 러시아행 얘기까지 나돌았으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창강(長江) 이남의 광저우(廣州)였다.

    김 위원장의 행로가 베일에 싸였던 것은 기본적으로 북·중 두 나라의 철통같은 보안 때문이지만 광활한 중국 대륙을 열차로 이동했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철도 총 연장은 약 7만5000km로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다. 행선지가 불투명한 열차 한 대가 움직이고 있다면 철도 당국이 아닌 한 행로 추적은 불가능하다.

    국토가 넓은 중국에서 철도교통은 일찌감치 지역 간 이동의 중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항공노선은 일반인들에겐 너무 비싸고, 자동차나 도로 여건이 아직 미비하다 보니 철도망이 상대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중국에서 철도가 처음 개통된 때는 1876년.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일제의 지배를 받았던 동북지역과 베이징`~광저우를 잇는 징광선(京廣線) 동쪽의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철도가 발달했다.



    현재 중국 철도망의 가장 큰 특징은 남북과 동서를 횡단하는 간선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간선철도가 통과하는 주요 도시는 베이징, 텐진(天津), 선양(瀋陽), 창춘(長春), 하얼빈(哈爾濱), 지난(濟南), 난징(南京), 상하이, 타이위안(太原), 정저우(鄭州), 우한(武漢), 광저우, 청두(成都), 충칭(重慶), 쿤밍(昆明), 시안(西安) 등으로 이들을 축으로 남북 혹은 동서로 얽혀 있는 형세다. 동북 3성 지역에만 70여개의 간선과 지선이 1만2000km에 달해 중국 최대의 철도망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의 철도교통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13억 인구의 주요 이동수단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춘제(春節) 기간의 경우 연인원 20억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나 철도와 항공, 버스를 총동원해도 한바탕 귀성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부의 중심도시 광저우 기차역의 경우 춘제 기간 무려 200만명이 열차를 이용할 것으로 보여 사상 최대의 혼잡이 예상된다.

    여객운송뿐 아니라 경제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철도망 확충은 필수적이다. 환발해만(環渤海灣)과 창강, 주강(珠江) 하류지역에 집중된 경제개발 효과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철도물류 체계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철도교통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대대적인 철도부설과 시설 현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까지 철도 총 연장을 10만km로 크게 늘인다는 계획이다. 또 베이징~텐진, 우한~광저우, 정저우~시안 등 11개 노선에 시속 200~300km급의 여객전용 고속철을 운영할 방침이다. 1453km의 베이징~상하이 구간은 현재의 13시간 32분에서 7시간대로 단축된다.

    중국의 철도교통망 확충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시에서 출발해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의 북한과의 국경지대를 거쳐 다롄(大連)까지 이어지는 총 1380km의 동변도철도 부설 계획. 올해 중에 착공하여 2008년 12월 개통 예정인 동변도철도는 투먼(圖們), 단둥, 퉁화(通化), 허룽(和龍),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등을 통과하게 된다. 조선족 동포가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고, 탈북 경로와 인접한 북한과의 국경지대 철도교통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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