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8

2006.01.10

부킹 전쟁 벌이는 골퍼들만 ‘봉’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6-01-04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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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킹 전쟁 벌이는 골퍼들만 ‘봉’
    얼마 전 경북에 소재한 J 골프장이 시범라운드를 하는 조건으로 골퍼들에게 수십만원 상당의 계열사 호텔 식권과 클럽하우스 이용권을 강매해 물의를 빚었다. 이는 분명 불공정 거래이며 탈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은 이 같은 편법과 비리를 보고도 항의 한번 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하나. 부킹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그렇다. 심지어는 부킹을 하기 위해 수백만원의 비용을 쓰기도 한다. 11월엔 수도권 모 골프장 부킹이 280만원에 거래돼 골퍼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골프장의 불공정 거래는 부킹에서 끝나지 않는다. 매년 초 골프장과 계약하는 단체 연부킹에서도 부당한 조건이 많다. 단체 부킹 시 1인당 5만원 이상의 식사를 할 것과 2만원 이상의 상품을 구입할 것을 대부분의 골프장이 요구하고 있다. 물론 연부킹이 아닌 일시적인 단체 부킹의 경우에도 똑같은 조건이 따른다.

    그래서일까. 혹자들은 골프장을 두고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한다. 골프장은 회사 운영을 위해 특별히 영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넘쳐나는 수요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골퍼들을 받기만 하면 된다. 이렇다 보니 편법과 비리 청탁이 난무하고 있다.



    얼마 전 영종도에 72홀 골프장이 들어섰다. 골프장이 워낙 크고 4개의 코스를 갖고 있어 과연 하루에 1500명에 달하는 수용 인원을 채울 수 있을까 걱정하는 골프 관계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골프장을 정식 오픈하고 나자 오히려 밀려드는 골퍼들로 인해 이곳에서도 부킹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C사의 경우 5팀을 예약하는 조건으로 7만원짜리 식사와 참가 상품을 구입해야 했다.

    클럽 하우스 이용권 강매 등 여전

    특히 제주도 모 골프장은 단체 및 개인이 부킹하는 데 골프장 계열 호텔의 숙박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여행사나 골퍼들은 억울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골프장을 확보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몰아닥친 불황으로 인해 2000여개 골프장 중 절반가량이 도산으로 이어졌고, 3억원 하던 회원권 가격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면서 골퍼 끌어 모으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 골프장은 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일본 골프장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골프장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러나 일본 골프장의 위기를 절대 간과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골프장은 200여개에 이르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골프장은 150곳. 150개 골프장이 모두 완공되면 국내 골프장들도 적극적인 세일즈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국내 일부 골프장들의 편법 운영과 불공정한 조건부 부킹은 사라져야 한다. 이젠 십년대계를 생각하는 골프장 운영이 필요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달린다고 해서 단가를 올리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행위는 있어서도 안 되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 그린피 18만원에 캐디피 2만원, 카트 비용 2만원, 식사 7만원, 참가상품 3만원을 포함하면 1인당 30만원이 훌쩍 넘는데 어떻게 골프를 대중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서 골프장의 불공정 거래와 편법을 막아야 한다. 골퍼들 역시 부당한 조건의 부킹은 하지도 말고 해서도 안 된다. 골프가 진정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으려면 이유야 어떠하든 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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