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7

2006.01.03

장외투쟁 박근혜 몸 고되고 점수 못 얻고

  • 송홍근 기자

    입력2005-12-28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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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2월22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호남의 ‘폭설’ 피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가 준비됐다. 사학법 무효화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여당 의원들은 ‘폭설’을 쏟아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여권은 폭설을 빌미로 공세로 돌아섰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폭설 피해 대책뿐 아니라 내년 예산과 부동산 관련 법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고질적 색깔론을 들고 나와 국회를 파행시킨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박근혜 대표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진화 의원이 대표적이다. 고 의원은 “한나라당의 반대 논리엔 교육은 없고 이념만 있었다”면서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전한 사학을 보호하고 비리사학을 정화하는 정책으로 여당과 진검승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무장하고 전투에 임하는 것은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손자병법을 아직도 습득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 여론도 차가웠다. 2005년12월16일 KBS 여론조사는 개정 사학법에 찬성하는 응답(52.5%)이 반대한다는 응답(38.4%)보다 높았다.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에 들어간 뒤 반대가 조금씩 늘기는 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는 강경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고진화 의원을 지목해 질타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장외투쟁은 의총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강공 드라이브로 소장파의 반발 기류를 잠재웠다.

    박 대표는 “명분 찾아 들어갈 일이었으면 아예 나오지도 말았어야 한다”며 퇴로를 좁히기도 했다. 박 대표에게 비판적이던 한 3선 의원은 “박 대표가 비로소 야당 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사학법 무효화 투쟁은 한나라당에 크게 득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선 황우석 거짓말 사건이라는 빅뉴스가 언론 지면을 도배하면서 대국민 홍보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다. 종교단체가 한나라당의 우군으로 나선 게 도움이 됐지만, 예산안과 민생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국회 보이콧이 이뤄졌다는 것도 약점이었다. 또 박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민생 정치’와도 장외투쟁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아스팔트 위의 박근혜는 장외투쟁을 밀어붙이면서 강한 지도력을 보여줬다. 당내 입지도 더욱 공고해졌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황우석 사건 등으로 사학법 무효 투쟁이 주목받지 못했고, 장외투쟁 명분도 약해 한나라당이 얻은 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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