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3

2016.11.16

사회

갈 길 먼 카카오의 운수업

심야시간엔 타기 힘든 카카오택시, 대리기사 무한경쟁으로 내몬 카카오드라이버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11-11 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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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신모(32) 씨는 토요일 새벽 친구들과 만나려고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출발해 압구정동까지 이동하는 경로였다. 금세 배차를 받았고 4분 내 택시가 도착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뜨자마자 운전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죄송합니다. 승객이 타고 있는데 실수로 콜 요청을 받았네요. ‘배차 취소’ 부탁드립니다.”

    그 후 두 번 연속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기사들은 “착오로 ‘콜 승인’을 눌렀으니 예약을 취소해달라”고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상하다고 느낀 신씨는 네 번째로 배차된 기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심야시간대처럼 택시 수요가 많을 때는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는 기사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기사가 카카오택시 예약을 받고서도 ‘빈차’ 표시등을 켜고 운전하다 길에서 장거리 손님을 만나면 태운 뒤 카카오택시 배차 취소를 요청하는 것이다. 카카오택시 배차 취소는 이용자 권한이라 기사가 이용자에게 연락해 취소를 요청해야 한다.”





    운전 중 앱 구동, 승객 불안 유발

    2015년 3월 출범한 카카오택시 앱은 택시기사와 승객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서비스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이 앱은 10월 말 기준 누적 호출 수 2억4000만 건에 이를 만큼 이용이 활발하다. 회원으로 가입한 기사는 26만 명에 달해 전국 택시운전면허증 소지자의 92%가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의 성공에 힘입어 5월 말 카카오드라이버 앱을 출시했다. 대리기사와 손님을 연결해주는 이 앱은 8월 중순 기준 누적 호출 수 300만 건에 회원으로 가입한 대리기사 및 일반 이용자(승객) 수가 각각 11만 명, 1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두 앱을 이용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먼저 카카오택시는 기사들에게 대체로 환영받고 있다. 기사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는 기사에게 비용을 일절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기사의 실수입을 약 13% 끌어올린 기반이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승객이 기사 평점을 매기는 제도도 기사들에게 도움이 된다. 카카오택시 앱이 앞으로도 활발하게 운영되길 바라는 기사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일단 승객들도 이 앱의 등장을 환영했다. 기존 콜택시제도의 ‘콜비’ 부담이 없고 예약 후 기사의 신원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카카오택시에 대한 승객의 불만도 적잖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금요일이나 토요일 심야시간대,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엔 기존 콜택시제도와 마찬가지로 기사 연결이 쉽지 않다. 또 운전 중 앱을 구동하는 위험한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 도로교통법 제49조에 따르면 운전 중 DMB 시청이나 핸즈프리를 제외한 통화는 법규 위반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나 앱 사용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승차한 손님이 목적지에 내릴 무렵 기사가 다음 콜을 받으려고 스마트폰을 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계속 들어와 ‘운행 중에는 다음 콜 승인을 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카카오 측에 협조 공문을 보냈고, 각 택시조합에 가입한 기사들에게도 카카오택시 앱 이용 시 안전운전에 대한 사항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사 회원을 대상으로 한 소통창구를 통해 안전한 이용수칙을 공지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드라이버는 최근 일부 대리기사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출범 당시 기존 대리운전업계의 폐해로 지목돼온 낮은 요금 정책과 수수료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대리기사의 무한경쟁을 부추기면서 생존권을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부 대리기사는 카카오드라이버의 ‘요금직접입력제(확정콜요금제)’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제도는 주행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지불하는 ‘앱 미터기’와 달리, 승객이 원하는 요금을 기사에게 직접 제시할 수 있다. 즉 미터기로는 1만5000원에 갈 거리지만, ‘목적지에 다른 승객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기사가 콜 승인을 꺼리면 승객이 2만 원을 제시해서라도 기사를 배정받을 수 있다. 이는 요금체계를 유연하게 해 기사 배정률을 높이고 승객과 기사 모두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요금 하한선 없어져 기사들 ‘울상’

    하지만 김종용 사단법인 전국대리운전기사협회장은 이 제도가 “대리기사의 수익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확정콜요금제가 기존 기본요금 1만5000원(서울지역)을 1만 원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말이다.

    “확정콜요금제 도입 이후 값싼 주행요금을 제시하는 승객이 늘었다. 기존 1만5000원에 갈 거리를 1만1000원에 제안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콜을 받아야 한다. 1, 2초라도 ‘승인 클릭’이 늦으면 일감을 놓칠 정도로 업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승객과 요금을 흥정할 시간이 없고, 기사 평점이 나쁘게 매겨질까 봐 요금에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한다. 카카오드라이버의 취지대로 대리기사에게도 이익을 주려면 최소 1만5000원의 기본요금을 유지했어야 한다. 지금은 기존 기본요금조차 못 받고 대리운전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여러 승객이 제각기 다른 목적지를 부를 때 운전을 거부할 수 없는 것도 확정콜요금제의 문제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성동구 옥수동까지 가는 것으로 1만5000원을 제시했는데, 막상 기사가 그 승객을 만나면 동행자 2~3명이 약수동, 장충동 등 다른 경유지에도 가달라고 하는 것. “대리기사는 손해지만 이미 고객이 제시한 요금을 바꾸기 어렵고, 운행을 취소하면 기사에게도 불이익이 생긴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확정콜요금제 이용자는 전체의 20% 이하이며, 승객이 요금을 제시해도 수락 여부는 기사 회원에게 달려 있다. 즉 낮은 요금을 수락하도록 강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도적으론 강제성이 없지만 생존권 경쟁이 치열한 기사들은 수락할 수밖에 없다. 확정콜요금제로 요금이 낮은 일감을 맡는 기사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통한 대리기사 앱은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대리기사에겐 낮은 요금 등 단점이 적잖다. 그러나 소비자가 대리기사의 신상을 파악하고,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점을 해결하고 장점을 키우면 기사와 이용자의 신뢰성이 높아져 사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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