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0

2005.11.15

대학은 지금 ‘女超’로 간다

여대생 수 급증, 일부 단과대는 이미 남성 앞질러 … 학생회장에 여학생 당선 등 풍속도 급변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입력2005-11-09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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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지금 ‘女超’로 간다

    연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여대생의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18~24세 남성은 1500만명으로 1420만명인 여성보다 많은데, 대학생 비율은 여학생이 57%로 43%인 남학생보다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처럼 여대생 비율이 더 높지는 않다. 하지만 해마다 높아져 전체적으로 보면 30% 후반대에 달하고 있다. 남녀공학 중에서 특히 여대생 비율이 높은 곳은 46.2%를 기록한 중앙대다. 중앙대에서는 문과대(70%), 사범대(73%), 약학대(55%) 등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았다.

    연세대의 전체 여대생 비율은 38.2%인데 간호대(98%), 생활과학대(81%), 음악대(71%), 문과대(65%) 등에서는 여대생 비율이 더 높았다. 남학생이 많다고 하는 고려대에서도 문과대(53%), 사범대(54%), 간호대(97%) 미술학부(82%), 국제학부(58%), 언론학부(58%)에서는 여초 현상이 벌어졌다.

    서울대의 경우 인문대(53%) 미술대(68%) 사범대(56%) 생활과학대(74%) 수의대(51%) 약대(69%) 음대(76%)가, 서강대는 문학대(62%) 자연과학대(53%)가, 한양대는 인문과학대(52%) 사범대(59%) 생활과학대(75%) 음악대(74%)가, 성균관대는 문과대(51%) 생활과학대(79%) 사범대(57%) 예술대(71%) 약학대(63%)가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보다 높다.

    법대·경영대도 남학생 강세 현상 약화



    대학은 지금 ‘女超’로 간다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많았던 서울대 법대도 2005년 여학생의 비율이 34%로, 19%인 2000년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연세대 경영대의 경우 2005년 여학생 비율이 49.8%로 절반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대학 내 여학생 비율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서는 여자 동아리연합회장과 총학생회장이 나왔다. 여초 현상을 보이는 단과대에서 여학생이 학생회장직을 맡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로 인해 여학생 화장실이 늘어났고, 화장실에는 생리대와 휴지가 비치됐다.

    연세대의 경우 외부인이 드나들어 화장실을 엿본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자 2003년부터 도서관과 학생회관, 대강당, 백양관, 종합관의 여자화장실에 치한 방지용 ‘비상벨’을 달고, 교내 안전 환경을 위해 지난해 초에는 캠퍼스 에 ‘비상전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학교 정책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여학생 커리어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연세대는 2002년 12월 학내에 ‘여성인력개발연구원’을 설립했다.

    연구원에서는 법조계나 언론계, 정·재계 등 전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자 동문 선배와 여자 재학생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오경자 연구원장은 “현재 1기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더욱 확대하고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성주의 강의평가제’를 도입해 시행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중앙대는 총여학생회의 요청에 의해 2004년 2학기부터 기존의 강의평가제 문항에 성차별이나 성폭력에 관한 항목을 추가해 강의평가를 하고 있다.

    중앙대 총여학생회 집행위원장인 박미희(청소년학과) 씨는 “여성주의 강의평가제를 한 이후부터 교수님들이 성차별이나 성폭력 문제에 대해 더욱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여학생들 또한 그런 일을 당해도 성적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말할 수 없었는데, 강의평가를 통해 익명으로 말할 수 있게 돼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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