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9

2005.11.08

자칭 민주세력은 ‘민주장사’를 그만두라

  • 함승희 변호사·미 조지타운대학 객원교수

    입력2005-11-07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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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칭 민주세력은 ‘민주장사’를 그만두라
    최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행사한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수사 지휘는 검찰총장 사표에 이어 일파만파로 국정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헌정사상 처음 행사된 천 장관의 지휘서신이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천 장관의 불구속수사 지시는 외견상 인권 수사의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청법에 근거해 행사된 합법행위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최고가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유지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천 장관의 행위는 반국가사범을 비호하는 헌법 침해적 행위가 된다. 인권보호의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선진 제국에서도 국가체제의 위해 범죄에 대해서만은 구속수사, 중형선고가 관행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강정구 구하기’가 인권 수사를 위한 것이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고 주장함은 궤변이요, 억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논리를 모를 리 없는 천 장관이 ‘강정구 구하기’를 위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현 정권 초기 노무현 대통령이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북한 정권의 조선노동당에 가입하고 암약해온 혐의를 받고 있던 송두율 교수를 불구속수사하려고 백방으로 애썼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사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주한 미군 철수와 더불어 북측이 대남통일전선전술로 펼쳐온 양대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김종빈 총장의 사표 제출과 검찰의 격앙된 반응을 접한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을 통해 김 총장의 사표 제출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질책한 대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자유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대한민국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실정법이 국가보안법인데, 그런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가로막는 장관의 행위를 가리켜 민주적 통제라고 표현한다면, 도대체 이 정권의 집권세력이 생각하는 민주란 무엇인가.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수단으로 민주를 주장할 때는 정의롭게 보였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적인 김정일 공산주의 체제를 찬양, 고무하고 적화통일이 안 된 것을 아쉬워하는 자를 비호하는 행태를 민주적 통제라고 표현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뿐이다.

    반국가사범 비호하는 헌법 침해적 행위

    조기숙 공보수석이 수구세력에게 “안보장사” 좀 그만 하라고 했다는데, 그런 의미라면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이른바 민주화세력 역시 이제 “민주장사” 그만둘 때가 됐다고 본다.

    “검찰(권의 행사)은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두둔하고 나선 이해찬 총리의 발언 역시 어불성설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말은 필자가 검사를 하던 시절 정치권에 부담이 될 만한 사회적 거악들을 수사할 때마다 자주 듣던 소리다. 현 정권 집권세력들은 과거 검찰은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 체제 아래에서 통치체제 유지에 일조한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한 기관이라고 비판하면서 집권 초부터 검찰 개혁을 강변해왔다.

    그러나 검찰 개혁은 오로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때만 의미가 있을 뿐, 대통령의 통치철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또 있어서도 안 된다. 박정희나 전두환의 통치철학에 맞추어 검찰권을 행사한 것이 권력의 주구가 된다면, 노무현의 통치철학에 맞춘 검찰 역시 권력의 하수인이 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번 사태를 당리당략으로서만 이용하려는 한나라당 및 일부 수구세력에 대한 국민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보수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한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행동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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