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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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가난의 반대말은 정의였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11-07 13: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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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504쪽/ 1만7000원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에서 자란 월터 맥밀리언은 펄프용재회사를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전과도 없고 평판도 괜찮았다. 그러나 월터에게 단점이 있었다. 여자를 밝히는 것이었다. 특히 흑인 유부남인 월터와 백인 유부녀인 캐런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로부터 몇 주 후인 1986년 11월 1일 먼로빌의 존경받는 집안의 딸 론다 모리슨이 등에 세 발의 총을 맞고 죽은 채 발견됐다. 백인사회 전체가 딸처럼 여기던 아름다운 론다의 죽음은 먼로빌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살인범을 체포하지 못하자 경찰과 보안관, 검찰의 무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무렵 월터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있었다. 캐런의 새 남자친구이자 또 다른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랠프 마이어스였다.

    수사 과정에서 마이어스의 증언이 터무니없다는 게 드러났지만 여론을 의식한 앨라배마 사법 권력은 월터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려고 온갖 불법을 저지른다. 범죄자를 매수해 월터가 범인이라는 증언을 하게 하고, 미결수인 월터를 사형수 수감 건물로 보내 협박하며, 재판지를 백인 부자 동네로 이관해 배심원단이 백인들로만 구성되도록 했다. 배심원단이 월터에게 종신형을 평결했지만, 담당 판사는 끝내 사형을 선고했다.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남부재소자변호위원회(SPDC)에서 일을 시작한 지 4년째 되던 해 앨라배마교도소 사형수 수감 건물에서 월터를 만났다. 면회실에서 월터는 이렇게 말했다. “브라이언 씨, 당신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내가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아주는 게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987년 6월 7일 체포된 월터는 6년간의 법정 싸움 끝에 무죄로 풀려났다. 그리고 2013년 9월 11일 노인성 치매로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 날 스티븐슨은 월터가 가르쳐준 것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월터의 사건을 통해 나는 두려움과 분노가 정의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두려움과 분노가 하나의 공동체를, 주를, 나라를 감염시킬 수 있으며 우리를 맹인으로, 비이성적으로, 위험 인물로 만들 수 있음을 배웠다. 아울러 사형제도는 어떤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마땅히 죽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미국 사형제도가 제기하는 진짜 문제는 이것이었다. ‘과연 우리는 누군가를 죽일 자격이 있는가?’”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변호사 스티븐슨의 회고록이다. 공교롭게도 월터가 살았던 앨라배마 주 먼로빌은 하퍼 리가 쓴 ‘앵무새 죽이기’의 무대였다.



    공룡의 나라 한반도 : 중생대 이 땅의 지배자를 추적하는 여정
    허민 지음/ 사이언스북스/ 224쪽/ 1만5000원


    1996년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발굴단이 한국 지질학계 최초로 전남 해남군 우항리에서 8500만 년 전 희귀 공룡의 발자국(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을 찾아냈다. 이후 한반도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은 30여 군데, 발자국 수는 1만 개가 넘는다. 37세에 공룡 발굴에 뛰어들어 20여 년간 발굴 작업을 해온 저자가 쓴 한반도 공룡 추적기.





    열녀전(列女傳)
    유향 지음/ 김지선 옮김/ 동아일보사/ 288쪽/ 1만8000원


    중국 한(漢)나라 경학자가 여성의 유형을 7가지, 즉 자식을 잘 키운 여성, 현명한 여성, 인자하고 지혜로운 여성, 지조 있는 여성, 절개와 도리를 지키는 여성, 언변이 뛰어나고 사리에 통달한 여성, 나라를 망하게 한 여성로 나눠 소개했다. 그 가운데 ‘얼폐전’의 얼()은 재앙, 폐(嬖)는 총애를 뜻하며, 역사적으로 사악하고 음란한 여성의 이야기를 모았다.





    선택의 순간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생각의길/ 356쪽/ 1만6000원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대선)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노무현의 승리. 국민경선, 후보 단일화, 대선까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고민과 결단을 정리했다. 그 시기 노무현과 함께했던 12명의 술회를 모아 1부 ‘정치인이 말하다’, 2부 ‘보좌진이 말하다’, 3부 ‘개혁당이 말하다’, 4부 ‘노사모가 말하다’로 엮었다. 부록으로 16대 대선 자료와 31개 연설문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를 수록했다.




    미로, 길의 인문학
    김재성 지음/ 글항아리/ 632쪽/ 3만2000원

    지난해 ‘문명과 지하공간’이란 책으로 공학과 인문학의 융·복합을 시도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길’을 역사적으로 사유했다. ‘방과 길, 도시의 모든 공간은 그렇게 나뉜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생각의 미로인 도서관, 동화 속 숲길, 나를 찾아 떠나는 순례의 길, 고대 장삿길, 미지의 세계를 잇는 물길, 길의 경계를 허문 터널, 틈을 이어주는 다리 등 다양한 길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길(美路)이란 무엇인가에 접근한다.




    별들의 고향 : 김말봉 전집 6
    김말봉 지음/ 진선영 엮음/ 소명출판/ 496쪽/ 2만3000원


    식민지 시대 여성 소설가 김말봉의 장편소설로 김말봉 전집 6권이다. 1950년 신문연재를 하다 53년 단행본으로 엮은 이 소설은 47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 6·25전쟁, 피난 등 한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4년을 기록했다. 해방·전쟁 체험문학으로서 가치와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집   5권 ‘꽃과 뱀’이 함께 출간됐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세계사
    우야마 다쿠에이 지음/ 오세웅 옮김/ 생각의길/ 304쪽/ 1만5000원


    ‘역사는 고급 취향의 엔터테인먼트’라면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으니까.” 일본 입시학원 스타 강사인 저자가 일대일 강의 형식으로 쓴 세계사 해설서. 저자에 따르면 독자는 역사에서 ‘왜’를 바라는데 역사서 저자는 ‘어떻게’의 차원에만 머무른다는 점을 간파해 이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계급, 권력을 쥐고 지배하는 국가, 이런 것들은 왜 생겨났을까?’ 세계사의 기본 규칙부터 배워보자.




    갈증의 대가
    캐런 파이퍼 지음/ 유강은 옮김/ 나눔의집/432쪽/ 1만5000원


    2006년 미국 ‘뉴욕타임스’에 ‘목마른 건 돈이 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물 산업의 시대라는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 돈을 주고 물을 공급받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그 비율은 2025년 21%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10년간 글로벌 물 불평등 문제를 추적해온 저자가 갈증이 정치 문제가 되고, 가뭄이 사업 기회로 바뀌며, 천연자원이 글로벌 기업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을 경고했다.




    공공상담소 마음의 증상을 말하다
    이승욱·신지영·김현숙 지음/ 위즈덤하우스/ 336쪽/ 1만6000원


    두근거림이나 긴장 지속 시 공황장애 의심. 20대 남자 1000명 중 1명 강박장애. 이런 기사를 보고  ‘혹시 나도?’라고 의심한 적이 있는가. 정신분석가와 심리전문가 3명이 팟캐스트 ‘공공상담소’의 ‘증상을 말하다’ 코너를 진행한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증상과 병리는 어떻게 다를까’로 시작해 공황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섭식장애 등 11가지 정신적 문제와 증상을 설명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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