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2

2016.11.09

특집 | 2018 부동산 붕괴설

‘핀셋 규제’ 강남 불패 막을까

전매제한 기간 입주 전까지로 연장…서서히 식어가는 분양시장, 그래도 강남은 강남

  • 김성훈 이데일리 기자 asas4028@naver.com

    입력2016-11-07 12: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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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본격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칼을 빼 들었다. 8월 주택공급량 축소와 중도금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여 만의 일이다. 11월 3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실수요 중심의 시장 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축으로 한 주택시장의 과열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강남을 우선적으로 한 ‘핀셋 규제’라 할 수 있다.

    규제의 주요 골자는 전매제한 기간 연장과 청약제도 조정이다. 먼저 전매제한 기간을 과열 정도에 따라 1년 연장 또는 입주 전까지로 조정했다. 구체적으로 강남 4구와 경기 과천지역은 종전 6개월에서 입주 전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강남 4구를 제외한 서울지역과 경기 성남시는 1년 더해진 1년 6개월로 기간이 늘어났다. 아울러 가구주가 아니거나 5년 이내 다른 주택에 당첨된 자, 2가구 이상 다주택자는 청약 1순위에서 제외된다. 서울지역과 경기도 6개 지역(과천·성남·하남·고양·동탄2·남양주), 부산 5개 자치구(해운대·연제·동래·남·수영구), 세종시에 당첨된 자는 재당첨 기회를 제한하기로 했다. 분양시장의 문턱을 높여 투자 수요의 과도한 유입을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조정 국면 돌입” vs “저금리 기조에 끄떡없다” 

    이미 지난달부터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끝 모르고 치솟던 강남 재건축시장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투자 수요에 의한 과열 현상이 계속된다면 각 지역의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적·선별적인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규제 정책에 대해 운을 띄웠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에 적용할 맞춤형 규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첫 공식 발언이었다. 사흘 후인 17일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과열 현상을 빚고 있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필요할 경우 전매제한 강화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추가 대책 마련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인정했다.

    이후 재건축 투자 열기로 집값이 들썩이는 강남권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같은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집중될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토부는 10월 23일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안정 시책을 강구할 계획”이라면서도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중 규제 내용과 대상 지역을 발표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사실 정부는 ‘구두 개입’만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기대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이사철이 마무리되면 재건축 과열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겨냥한 규제 검토 소식에 비강남권 주요 지역의 주택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실제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정부의 규제 검토 발표 이후 일주일 새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4000만 원 올랐다. 마포 일대에선 집주인들이 내놓은 물건을 다시 거둬들이면서 매물이 씨가 말랐다.

    풍선효과는 분양시장에서도 이어졌다. 규제 대책 이야기가 쏟아지기 시작한 10월 중순부터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매물을 찾는 투자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 본보기집을 찾는 인파도 급증했다. 대책 발표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신규 분양 물량부터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이미 분양했거나 입주자모집공고를 한 아파트사업장은 대책 무풍지대로 반사효과를 본 것이다. 기존 분양권시장에도 같은 공식이 적용돼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결국 정부는 직접 규제 카드를 꺼내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부동산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주택시장이 다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말만 무성하던 부동산대책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향후 강남 재건축시장을 바라보는 의견도 분분하다. 먼저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강남 재건축시장의 열기를 식힐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국내 주택시장에는 ‘공급 과잉’이라는 리스크가 버티고 있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물량 폭탄에 강남 재건축시장도 안전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내년과 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은 각각 37만3360가구, 39만5913가구로 추산된다. 2012~2016년 5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23만8225가구)을 10만 가구 이상 웃도는 규모다.



    정부 규제 강화 단계적으로 지속될 듯

    최근 2년간 치솟은 아파트값을 떠받치던 분양시장의 열기가 식으면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남구 개포동 B부동산중개업소의 중개사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도 투자 수요가 계속 유입되는 이유는 수십 대 일을 웃도는 청약 경쟁률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이나 내년 이후 입주 물량, 미국발(發) 금리인상 등을 감안하면 강남 재건축시장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강남 재건축시장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시장 과열을 주도하는 강남 재건축 신규 분양 물량이 앞으로 급감할 예정인 만큼 강남 재건축시장을 두드리는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4구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공급 물량은 지난해 1만3139가구(8개 단지)에서 올해 1~10월 1만2161가구(7개 단지)로 집계됐다. 연내 추가로 풀릴 6790가구(5개 단지)를 빼면 내년 공급 예정 물량은 2개 단지, 3454가구(잠정 집계)에 불과하다.

    하방경직성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안정적이다. 과거 식을 줄 모르던 부동산 상승장 뒤 찾아온 불황에도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최고가 대비 10~20% 내리는 데 그쳤다.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더딘 데다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한 축인 학군 수요가 있어 하락폭이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열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금 10억 원 이상 가지고 강남에 새집을 마련하려는 대기 수요자가 5만 명에 달한다”며 “강남 재건축 투자 수익률이 예금금리를 웃도는 한 수요자의 강남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강도가 예상을 웃도는 데다, 주택시장 열기가 식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규제 수위를 단계적으로 더 올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앞으로 흐름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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