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9

2005.11.08

고급 휘발유 제값 다 할까

전국 200여 곳서 판매 업계 마케팅 가열 … 국산 차량엔 거의 효과 없는 과소비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11-02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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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휘발유 제값 다 할까

    현대오일뱅크의 ‘카젠’(왼쪽)과 SK㈜의 ‘엔크린 솔록스’는 휘발유의 브랜드화로 고급 휘발유 마케팅에 나섰다.

    최근 들어 고급 휘발유가 오너드라이버를 유혹하고 있다. 과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부 주유소에서만 팔았으나 이제는 서울은 물론 부산 등 지방 대도시 주유소에서도 오너드라이버에게 손짓하고 있다. 엔진 내 이상 연소를 의미하는 노킹 현상을 줄여주는 한편, 청정제와 연비 개선제를 추가해 엔진 보호기능을 극대화했다는 게 정유회사들의 설명이다.

    이런 설명에 귀가 솔깃해진 오너드라이버가 많아서일까. 고급 휘발유 소비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월 1만 드럼 정도 판매되던 고급 휘발유는 올 10월 현재 월 1만7000드럼 정도 판매되고 있다. 2003년 이후 연평균 46% 이상의 증가세다. 현재 고급 휘발유 취급 주유소는 전국적으로 220개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도 고급 휘발유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기존에 팔리던 고급 휘발유에 새로운 브랜드를 부여해 활발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 먼저 현대오일뱅크가 고급 휘발유 ‘카젠’을 내놓은 데 이어 SK㈜도 최근 ‘엔크린 솔록스’를 런칭했다. 카젠은 황제를 의미하는 카이저(Kaiser)와 최고를 뜻하는 제니스(Zenith)의 합성어. 솔록스는 파워(power), 프리미엄(premium)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솔(sol)’과 고급스러움을 뜻하는 럭셔리(luxury)의 합성어다. GS칼텍스정유도 고급 휘발유 브랜드인 ‘킥스 프리미엄’을 내세워 오너드라이버들을 붙잡고 있다.

    정유업계가 이처럼 고급 휘발유 마케팅에 적극적인 것은 일반 휘발유보다 중간 이윤이 좋은 데다 고유가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나 고급차 운전자들이 주로 찾는데, 가격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은 전체 휘발유 판매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앞으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첨가제 MTBE 인체 유해 주장 제기



    고급 휘발유는 연료 청정도와 폭발력을 나타내는 지수인 옥탄가를 보통 휘발유(92~94)보다 높인 99~100에 맞춰, 1ℓ당 200~300원 더 비싸게 파는 휘발유를 말한다. 문제는 고급 휘발유가 비싼 값을 치른 만큼 효과를 발휘하느냐 하는 점. 결론부터 말하면 국산 차량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 다만 고급 휘발유만을 주유하도록 돼 있는 일부 고급 수입차의 경우에는 이를 따라야 한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를 개발할 때 옥탄가 91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역시 대부분 91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91보다 높은 옥탄가의 휘발유는 과소비인 셈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별 효과도 없는 고급 휘발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비싼 값에 팔고 있는 정유회사의 상술이 놀랍다”고 비꼬았다.

    문제는 또 있다. 고급 휘발유에 첨가하는 MTBE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소 성분을 띠는 화합물인 MTBE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뒤늦게 지하수나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미국 환경청이 한때 MTBE 사용을 권장하다 사용량을 규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효과도 없는 고급 휘발유를 만들기 위해 MTBE를 수입하는 정유회사나 정유회사의 상술에 넘어가 고급 휘발유를 찾는 일부 운전자들을 보면 자동차 문화의 선진화는 멀게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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