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8

2005.11.01

‘영양 만점’ 신선한 웰빙도우미

  • 허시명/ 여행작가 www.walkingmap.net

    입력2005-10-31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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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 만점’ 신선한 웰빙도우미

    새벽마을 요구르트.

    호남 지역에서는 음식이 관광자원으로 부각되면서 음식과 식품에 관련된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10월 초순에 광주에서 국제식품박람회가 열렸고 11월18일부터는 김치대축제가 열린다. 또한 전주에서는 10월25일까지 국제발효식품엑스포가 열렸다.

    모두 성황리에 치러지는 이들 행사들을 통해서 새로운 식품들이 소개되고 부각되기도 하는데, 그중 내 눈에 띄었던 게 전북 완주군 봉동의 새벽마을 요구르트였다.

    유리병에 든 요구르트의 맛은 지나치게 달지 않고 순하고 부드러우며, 값은 500㎖ 두 병에 5000원이었다. 요구르트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완주군 봉동은 전주시의 북쪽에 있다. 완주군은 전주를 동남북 쪽에서 두텁게 에워싸고 있는데, 원래 전주의 많은 땅이 완주군에 속했다. 지금도 완주 군청은 전주 시내에 있다.

    요구르트는 원유로 만든다. 원유가 10ℓ이면 요구르트 10ℓ가 생산된다. 좋은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는 기본 조건은 바로 이 원유를 어떤 것으로 쓰느냐다. 원유가 생산되는 완주군 구이면 고덕산 아래 고덕목장을 찾아갔다.

    18세 때 젖소 3마리를 가지고 완주에서 축산업을 시작한 고덕목장 김윤근(43) 씨는 현재 150두의 젖소를 기르는 베테랑이다. 김 씨는 1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젖을 짠다. 젖소도 고달프겠지만 김 씨도 고달파 보이는데, 이는 완전식품을 만드는 모든 낙농업자의 운명이다. 젖을 하루라도 짜지 않으면 젖이 불고 새나와 오염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김 씨는 하루도 목장을 비울 수가 없다. 집안에 초상이 나도 아침저녁으로는 반드시 목장을 지켜야 한다. 세상살이가 쉬운 게 없다지만, 낙농 일만큼 매여 살아야 하는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와 함께 영농법인을 설립해 요구르트를 만들고 있는 김태영(41) 씨도 2년 전까지만 해도 젖소 250두를 아버지 김인직(68) 씨와 함께 기르며 젖을 짰다. 김태영 씨가 요구르트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낙농업자들이 공감하는 고달픈 현실을 겪고 나서부터였다. 김태영 씨는 7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1992년에 대위로 예편했다. 그리고 전공(수학교육)을 살려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하다가 아버지가 하는 낙농업을 거들게 됐다. 문제는 낙농진흥회가 생기면서 발생했다. 진흥회에 가입하면 원유 전량 수매를 10년간 보장한다고 했다. 김 씨는 젖소도 늘리고 새로 시설투자를 해 하루에 원유를 2t 생산하는 규모로 늘렸다. 그런데 10년 약속은 6개월 만에 공수표가 됐고, 쿼터제를 적용해 하루에 1t밖에 수매할 수 없다고 했다. 원유 1t이 남아돌게 됐는데, 원유 1ℓ 수매가 650원의 3분의 1도 안 되는 200원에 진흥회에서 사가겠다고 했다. 사료값도 안 나오는 흥정이었다.

    ‘영양 만점’ 신선한 웰빙도우미

    원유 발효통에 단호박을 넣고 있다.

    김태영 씨는 농림부에 원유 전량 수매를 10년간 보장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대통령도 임기가 5년인데 어떻게 약속을 지키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진흥회에 항의했더니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어 젖소 100두를 팔아서 원유를 가공해 만드는 요구르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향긋한 새벽마을’이라는 요구르트 브랜드가 2003년에 태어나게 됐다. 김 씨는 우유 시대는 가고 이제 발효유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김 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유가공업체에 취직해 일을 배우고, 김 씨는 임실의 숯골요구르트 회사와 순천대 동물자원공학과 배인휴 교수로부터 지식을 얻어 요구르트를 만들게 됐다.

    새벽마을 요구르트 제조장은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은하리에 있다. 원료는 김윤근 씨의 고덕목장에서 하루에 원유 1t씩을 공급받는다. 마트에서 파는 요구르트들이 전지분유나 탈지분유를 쓰는 것에 견주면, 새벽마을 요구르트는 원료에서 우선 차별화가 된다고 김태영 씨는 말한다.

    젖소에서 짠 원유를 당일 가공

    ‘영양 만점’ 신선한 웰빙도우미

    기능성 강화를 위해 넣는 단호박, 허브, 솔잎, 콩 가루.

    요사이는 웰빙 바람이 분 데다 요구르트가 장수마을의 건강식이라고 알려지고,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는 사람도 생겨나면서 유산균 음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새벽마을 김 씨는 백화점이나 박람회장에서 시음회를 할 때마다 소비자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 맛이 담백하고 순해서 많이 먹어도 대기업 유가공 제품에 비해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 우유 500mℓ를 마시면 설사하는 사람도 요구르트 500mℓ를 마시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중간 유통 없이 백화점과 직거래를 하거나, 택배로 우송하기 때문에 대기업 제품과 가격 경쟁이 된다고 했다. 더욱이 새벽마을 요구르트는 신맛이 덜 나고 기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허브, 단호박, 솔잎과 검은콩을 넣은 요구르트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에서 직접 허브 농사를 지어 만드는 허브요구르트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새벽마을 요구르트의 또 다른 특징은 원유 착유에서부터 요구르트 제조까지 24시간 안에 완성된다는 점이다. 저녁에 들어온 원유를 발효 준비하는 데 5~6시간이 걸리고, 발효하는 데 6시간이 걸려서 아침이면 병에 담아 내보낼 수가 있다. 신선한 우유를 당일 가공해 영양소가 많은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낙농업에서 유가공업으로 전환한 김태영 씨는 1t에 82만원 하는 원유를 하룻밤 새에 400만원짜리 요구르트로 변신시켜 낸다. 주로 백화점에 납품해 지난해에 매출을 8000만원 올렸는데 올해 목표는 9억원이다. 우리 낙농업의 활로 방안 하나를 제시하고 있는 듯해 새벽마을 요구르트의 행보가 더욱 돋보인다.

    구매정보: 새벽마을 요구르트 택배/ 1박스(500mℓ6병)에 1만8000원(택배비 포함). 유통기간 14일. 063-261-9595, 011-9454-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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