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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골든 이글

“금지·위험 비행에도 안전하다”

T/A-50 시험비행 조종사들의 목숨 건 비행 … 무동력 상태·고난도 착륙 등 아찔한 순간 많아

“금지·위험 비행에도 안전하다”

“금지·위험 비행에도 안전하다”

레이더가 탑재되는 T-50의 노스부.

T-50은 F-16 부피의 89%, 무게의 77%이므로 결코 작은 항공기가 아니다. F-16은 -3G에서 9G까지 기동하고, T-50은 -3G에서 8G까지 기동한다(G는 중력을 나타내는데 자연 상태가 1G이다). 그러나 9G 기동은 인간 한계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T-50의 기동력은 F-16과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항공기 개발에서는 제작자 못지않게 시험비행 조종사들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들은 시제기를 몰고 다양한 고도에서 다양한 속도, 다양한 기동으로 비행하며 시제기가 애초 가정했던 대로의 성능을 내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가 있으면 제작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내 시제기를 뜯어고치는데, 시험비행 조종사는 고쳐진 시제기를 몰고 이륙해 수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해본다.

“초음속 비행, 요동 없이 편안했다”

시험비행 조종사는 목숨을 걸고 안전이 입증되지 않는 항공기를 몰며 안전을 검증해주는 사람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험비행 조종사는 미국의 척 예거. 척 예거는 1947년 벨 항공사에서 만든 X-1을 몰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초음속 돌파 비행을 했다.

척 예거가 초음속 비행을 성공하기 전 미국에서는 ‘음속 돌파 비행을 하면 항공기가 깨진다’ ‘항공기는 견뎌도 조종사는 견디지 못한다’는 등 숱한 논쟁이 있었다. 척 예거가 몬 X-1은 깨지지 않고 돌아왔다. X-1에서 내린 척 예거는 “초음속 돌파는 매우 편안했다”고 말함으로써 마구잡이 추측을 쏟아내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 후 사람들은 맑은 하늘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나면, 누군가 초음속 비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지·위험 비행에도 안전하다”

‘목숨을 걸고 탄다’ T-50 시험비행 조종사 이충환 중령(앞)과 권희만 부장.

공군 시험비행 조종사인 이충환 중령은 소령 시절인 2003년 2월19일 T-50을 몰고 최초로 초음속 비행을 한 한국의 척 예거이다. 그 또한 기지로 돌아와 “계기판의 숫자만 올라갔을 뿐 어떤 요동도 느끼지 못했다. 매우 편안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시험비행 조종사는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올해 5월28일 T-50 제작자와 시험비행 조종사들은 가슴이 철렁하는 큰 사건을 겪었다. 이날 T-50 시제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소속의 시험비행 조종사가 몰고 있었는데, 비행사는 연료가 거의 떨어질 때쯤 -3G에서 마하 1.2로 비행하는 매우 위험한 시험비행을 감행했다.

“금지·위험 비행에도 안전하다”

① 평 꼬리날개를 새로 뜯어고친 T-50 시제기. ② 비상동력장치의 배출구 부분을 새로 뜯어고친 T-50 시제 1호기. ③ 3.8G라는 빠른 속도로 착륙한 뒤 급브레이크를 밟아 파열된 A-50의 랜딩기어 바퀴.

물이 담긴 컵을 매우 빠른 속도로 내린다고 가정해보자. 컵을 내리는 속도가 매우 빠르면 컵은 밑으로 내려왔는데 물은 미처 내려오지 못해 공중에 잠시 떠 있는 상태가 바로 마이너스(-) G다. 항공기가 -3G로 기동하면 조종사 몸은 딸려가지만 그의 몸 안에 있는 피는 미처 딸려가지 못하고 반대로 향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연료가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비탈길에 들어서면 연료 게이지에 ‘엠프티(empty)’ 신호가 들어온다. 이는 연료통에 있던 적은 연료가 한쪽으로 쏠림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항공기는 평면인 도로가 아니라 3차원의 공간을 고속으로 기동하므로 그때마다 연료가 마구 쏠리게 된다. 엔진으로 연료를 보내는 곳의 연료가 바닥나면 펌핑이 중단돼 엔진이 꺼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전투기의 연료통은 복잡한 벌집 구조를 이루고 있다. 어느 한쪽에 있는 연료만 집중적으로 퍼내면 전투기의 무게중심이 달라지므로, 펌프를 통제하는 컴퓨터는 무게중심이 유지될 수 있도록 여러 벌집 구멍에서 고루 연료를 뽑아내 엔진으로 보낸다. 그러나 연료의 총량이 1500파운드 이하면 이러한 조작이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어, 전투기는 마이너스 G 기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착륙 중 바퀴 파열 … 위기일발 겪기도

그날 시험비행 조종사와 이 비행을 통제하던 공군 요원들은 T-50에 대한 신뢰감 때문에 이심전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넘어보자는 묵시적 합의를 했다. T-50이 마하 1.2로 하강 해 순식간에 -3G 상태가 되자 T-50의 엔진이 멈춰졌다. 그러나 시험비행 조종사는 당황하지 않고 기수를 들어 수평비행을 하며 글라이딩에 들어갔다. 무동력 상태지만 탄력으로 T-50이 활강하는 사이 그는 침착하게 비상 조작에 들어가 엔진을 되살려냈다.

그 순간 ‘큰일 났다’며 초긴장 상태에 빠졌던 지상 요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시험비행팀은 해서는 안 되는 금지 비행을 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관계자들은 ‘정말로 T-50이 잘 만든 항공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KAI와 공군은 T-50과 함께 A-50을 동시에 개발해왔다. 4대의 시제기 중 2대는 T-50으로, 2대는 A-50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A-50 시제기는 더미(dummy)라고 하는 가짜 폭탄을 달고 이륙한다. 실전이라면 A-50은 이 폭탄을 투하하고 맨몸으로 귀환하지만 개발 단계에서는 무거운 더미를 단 채로 착륙해야 한다. A-50 처지에서는 연료만 줄었을 뿐 이륙할 때와 별반 차이 없는 중량으로 착륙하는 것이다.

이때 기수를 조금만 높여도 날개 밑에 달린 더미가 활주로를 긁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어 시험비행 조종사들은 초긴장하게 된다. 올해 4월 A-50 시제기는 이런 상태로 착륙을 시도했는데 때마침 옆바람이 불어오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착륙을 시도하는 순간 갑자기 대기가 밑으로 푹 꺼지는 다운 워시(Down Wash) 현상이 일어났다.

그 바람에 시제기는 3.8G라는 매우 빠른 속도로 활주로에 내렸다. 다행히 랜딩기어가 부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내렸기 때문에 시제기는 활주로 끝을 넘어가 처박히는 오버런(over run) 사고를 낼 수 있었다. 시험비행 조종사가 오버런을 피하려고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강력한 마찰로 인해 랜딩기어 바퀴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시제기는 오버런을 하지 않고 활주로에서 멈춰 설 수 있었다. 잠시 후 활주로로 달려온 지상요원들은 랜딩기어 끝에 있는 바퀴가 브레이크와의 마찰로 파열되면서 연기가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3.8G는 T/A-50에 허용된 최대 착륙중량 이상으로 착륙한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시제기는 그 충격을 이겨냈으니 시험비행 조종사와 지상 요원들은 T/A-50의 안정성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시험비행을 펼쳐온 이충환 중령과 KAI의 시험비행 조종사인 권희만 부장 등은 “우리는 T/A-50의 성능을 담보할 수 있다. 우리는 온몸으로 이를 증명해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주간동아 2005.09.06 501호 (p68~69)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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