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9

2005.08.23

클릭 이웃 사랑 … 자선 사이트 열렸다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5-08-18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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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 이웃 사랑 … 자선 사이트 열렸다

    럽툰 회원인 양영순, 메가쇼킹, 곽백수, 비타민 작가(왼쪽부터).

    강도영, 이기호, 곽백수, 고필헌, 이상신, 국중록 하면 “누구지?” 하고 갸우뚱거릴 사람도 ‘아색기가’ ‘1001’ ‘강풀’ ‘순정만화’ ‘비타민’ ‘멜랑꼴리’ ‘트라우마’ ‘메가쇼킹’ ‘츄리닝’ 등 이들의 닉네임과 작품명을 들으면 “아하! 그 만화가!” 하고 손뼉을 칠 것이다. 이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탄생했다. 8월15일 오픈한 ‘럽툰’(www.lovetoon. co.kr)이 그것. 뿐만 아니라 이 곳은 누리꾼(네티즌)들이 만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불우이웃을 돕도록 하는 일종의 자선 사이트로 한국 만화계를 이끌어가는 20, 30대 젊은 만화가 29명이 참여한다.

    럽툰은 2003년 11월에 있었던 젊은 만화가 13인의 자선 공연 ‘러브 콘서툰’에서 시작됐다.
    클릭 이웃 사랑 … 자선 사이트 열렸다

    그림은 이들의 작품 캐릭터들이다.

    콘서툰은 콘서트와 카툰을 합친 말로, 이날 무대에서 만화가들은 노래나 춤에서부터 가장무도회, 페인터 쇼 등 다양한 장기를 선보였다. 2004년에는 서울 종로의 대형 호프집에서 공연을 하면서 만화가들이 직접 ‘술 시중’도 들었다. 이렇게 얻어진 수익은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였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게 공연을 해도 1년에 한 번 있는 이벤트성 행사이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는 이들은 콘서트가 아닌 온라인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20, 30대 29명 참여 유쾌하고 재미있는 기부

    “저희 대다수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만화가들이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공간의 파워에 대해 잘 알고 있죠. 사이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사연을 만화로 그려 보여주고 누리꾼들도 자연스럽게 기부하도록 이끈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365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6개월여 준비한 끝에 럽툰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럽툰의 회장인 ‘비타민’(31·본명 이기호) 작가의 설명이다.

    클릭 이웃 사랑 … 자선 사이트 열렸다
    럽툰에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연을 매주 한 편씩 만화로 선보인다. 참여 만화가들이 돌아가면서 만화를 그릴 예정. 누리꾼들이 이 만화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1원씩 적립된다. 100만명이 클릭한다면 100만원이 적립되는 것. 그러면 협찬사에서 이만큼의 돈을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달해준다. 아직 협찬사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서너 군데 기업들이 협찬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비타민 작가는 “300만명이 봐도 300만원밖에 안 되지만, 전파력은 엄청나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좀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럽툰 멤버들이 진짜 원하는 바는 누리꾼들이 소액이라도 직접 기부를 함으로써 새롭고 자연스러운 기부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강풀(31·본명 강도영) 작가의 이야기.

    “지금까지 인터넷 문화는 재미있는 것, 엽기적인 것만을 찾아왔잖아요. 또 ‘만화는 웃기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뿌리 깊게 박혀 있고요. 하지만 인터넷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뜻있는 일을 할 수 있거든요. 또 만화가 일상화된 만큼 기부도 일상화될 수 있어요. 실제로 만화를 보고 휴대전화로 1000원 정도 결제해 기부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또 어린아이들이 사이트에 와서 머물다 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기부로 놀면서 기쁨을 느낀다면 이들이 컸을 때 기부는 더 이상 생소한 문화가 아니게 될 겁니다.”

    자선 사이트라 하지만 안쓰러운 사연을 담은 만화만 선보이는 건 아니다.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기부’를 표제로 내건 만큼 누리꾼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톡톡 튀는 신작 만화 6편도 연재될 예정이다. 또 누리꾼들이 직접 불우이웃에 대한 사연이나 미담 사례를 올릴 수 있는 게시판도 마련해놓았고, 참여 만화가들의 블로그를 연결해놓아 팬들이 직접 만화가들과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곽백수(33) 작가는 “블로그에 일기도 쓰고 사진도 올려놓는 등 내 삶을 보여주면서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오는 11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오프라인 자선 공연 ‘러브 콘서툰’도 열 예정이라는 럽툰 회원들은 “어렵게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만화가인 우리가 만화로서 타인을 돕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라며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사람은 ‘강퇴’시킬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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