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4

2005.07.19

일본서 패총 발견한 ‘모스’ 우리 근대사와도 깊은 인연

  •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입력2005-07-14 18: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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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서 패총 발견한 ‘모스’ 우리 근대사와도 깊은 인연
    선사시대인들이 조개를 잡아먹고 버린 껍데기가 쌓인 퇴적층을 패총(貝塚·조개더미)이라 하는데, 그 주변에서 당시의 집터나 무덤 자리가 발견돼 당시의 생활상과 자연환경을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의 동삼동과 충남 태안의 안면도 등지에서 패총 유적들이 발견됐다.

    이 같은 패총, 특히 일본의 패총을 처음 발견한 인물은 미국인 생물학자 모스(1838~1925·사진)다. 1877년 요코하마에 상륙한 그는 철도를 타고 도쿄로 가다 오모리(大森) 패총을 발견했다. 그런데 모스는 우리 역사와도 관련이 깊다. 1883년 한국 최초의 미국 유학생 유길준을 도운 것이다.

    모스의 일기를 보면 1877년경 한국인 부자(父子)가 그의 강연에 참가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그 부자는 다름 아닌 윤웅렬과 윤치호다. 마침 일본에 있었던 이들이 당시 도쿄대학 교수였던 모스의 강연을 들었던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모스는 그 후 윤웅렬에게서 조선의 유물 몇 가지를 얻게 된다. 담뱃대, 먹통, 관대와 부채 등이 그것이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미국 동부 뉴욕주 세일럼시의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에 한국관이 세워졌고, 이제는 2500여점의 한국 유물이 갖춰지게 됐다. 필자가 이번 미국 여행에서 가보지 못해 아쉬운 곳이 바로 그 박물관이다. 1994년 한국 국립박물관은 이 박물관의 유물을 빌려다 특별전 ‘유길준과 개화의 꿈’을 열기도 했다. 1883년 조선왕조 최초의 미국 사절단 보빙사(報聘使)의 수행원이었던 유길준은 일행과 함께 귀국하지 않고 그대로 미국에 머물러 역사상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 되었다.

    또한 모스는 보빙사와 동행했던 미국 천문학자 로웰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로웰이 조선사절단을 안내해 미국 동부를 여행하는 동안, 그는 조선사절단과 모스의 만남을 주선했음이 분명하다. 그 결과 유길준이 유학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웰이 일본에 가기로 결심한 것 또한 모스의 강연을 듣고 감탄해서인데, 그렇게 해서 일본에 간 로웰이 바로 조선사절단의 안내역을 맡아 미국에 돌아갔으니, 세일럼시에 살고 있던 모스를 찾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두 과학자는 친분이 깊어져 모스가 여러 차례 로웰천문대를 방문했고, 엉뚱하게도 모스는 로웰의 ‘화성인 운하론’에 동조하는 책 ‘화성의 신비(Mars and Its Mystery)’를 저술하기도 했다. 당시 최고 생물학자인 하버드대학 ‘루이 아가시’의 제자였던 그는 스승과 달리 진화론을 적극 지지했고, 그로 인해 모교에서의 강의는 좌절됐지만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결국 모스는 미국 역사에 이름을 남긴 생물학자·박물학자이면서 미국에 일본을 소개한 대표적 인사로 기록됐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진화론을 소개한 생물학자로 꼽히며 그의 도쿄대학 제자들은 뒤에 일본 생물학계의 태두가 됐다. 그 덕분에 그는 1898년과 1922년에 각각 일본 최고 훈장 3급과 2급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 그는 미국 과학사의 주요 인물이 된 것은 물론, 한-미-일의 과학사와 근대사에도 관련 있는 인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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