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2

2005.07.05

삼풍 붕괴 10년 … 현실은 제자리걸음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7-01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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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풍 붕괴 10년 … 현실은 제자리걸음
    “완공된 지 고작 5년밖에 안 된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렸을 때 느꼈던 자괴감이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10주년인 6월29일을 며칠 앞두고 옛 사고 현장에 다시 선 사단법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이동헌 회장은 그날의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건축구조기술사는 건축구조 계산을 통해 구조물의 총체적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직으로,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사고 조사를 위해 가장 먼저 투입되는 이들. 때문에 이 단체의 회장인 그로서는 1500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건축구조 계산이 반영되지 않은 구조설계도면을 가지고 건물을 지으면서 무단 설계·용도 변경을 일삼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조기술사의 감리 의견은 배제되었고, 이를 감독해야 할 관청 담당자는 구조설계에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래서 무너진 거죠.”

    이 회장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개탄한다. 지금도 법률상 16층 이상 건물이나 다중 이용 건축물을 제외한 건축물은 구조 전문가의 참여 없이 건축사의 날인만으로 건설이 가능하고, 3층 이상 건물의 내진 설계도 구조기술사가 아니어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까닭.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안전진단의 대다수가 비전문가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법 개정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는 탁월한 구조엔지니어인 에펠과 오브 아럽이 없었으면 존재하지 못했을 건물입니다. 항상 사고가 터졌을 때만 주목받는 구조기술사가 우리 사회에서 더는 주목받지 않는 존재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전문 집단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이 회장은 삼풍백화점 붕괴 10주년을 맞아 건축구조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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