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2

2005.07.05

“이것이 바로 창호본색”

이창호 9단(흑) : 옥득진 2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7-01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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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창호본색”
    “이것이 바로 창호본색”
    요즘 바둑팬들 사이에서는 세계바둑 랭킹 1위가 누구냐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두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논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 이창호라는 존재가 워낙 크고 굳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제8회 LG배 결승에서 우승한 이후(이것도 실은 재작년에 지어놓은 농사를 수확한 것이다) 세계대회에서 전례 없이 패하더니 1년 만인 올 3월 춘란배 석권으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 연거푸 ‘삑사리 음’을 내며 예전 같지 않은 행마를 보이고 있다. 이 바둑 직전까지 올해 이창호 9단의 성적은 29전17승12패. 천하의 이창호가 상반기에만 12패를 하고 있다는 것, 이는 분명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이쯤 되자 이세돌 팬들은 세계대회에서 펄펄 날고 있는 이세돌 9단이 실질적인 세계 랭킹 1위가 아니겠냐고 의견을 제기한다. 이에 이창호 팬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잦은 실점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왕위전 도전1국에서 옥득진 2단에게 선취점을 내준 건 충격이었다. 이창호 9단의 바둑이 체급으로 헤비급이라면, 옥득진 2단은 미들급 정도에 지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만약 이 도전2국마저 내주게 된다면 왕위 타이틀이 문제가 아니라 이창호 왕국이 뿌리째 흔들릴지도 모른다. 이창호의 건재함을 본때 있게 보여줘야 할 한 판인 것이다.

    ‘장면도’ 백2로 우중앙 백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나왔다. 이에 ‘참고도’ 흑1 이하로 밀고 나가 3으로 끊어 싸우는 것은 백8까지, 딱 걸리는 싸움이다.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한 장면에서 ‘장면도’ 백 두 점의 옆구리에 갖다붙인 흑3이 “과연 이창호!”를 외치게 한 절묘한 돌파구. 다음 백A는 흑B로 찌를 때 곤란한 수다. 결국 백은 ‘실전진행도’ 1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이하 백9까지 교환되었다. 그러나 흑은 A의 코붙임 수를 연타하며 계속 백세를 꺾어 완승을 거두었다. 153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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