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0

2016.10.26

法으로 본 세상

부모 이혼했다면 월수입 따로 계산해야

생계곤란 병역감면의 판정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choepro@lawcm.com

    입력2016-10-21 17: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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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청은 국민개병주의, 즉 징병제를 채택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징집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관청이다. 당연히 병역 기피를 방지하고 찾아낼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병무행정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는지 의문이다. 강자의 병역 기피는 애써 외면하고 약자의 병역 이행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병무청은 국가기관으로서 국민의 사정을 살펴 형평에 맞는 법 적용을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예외 없는 원칙 고수를 표방하며 병역 기피 여지를 철저히 봉쇄하는 것이 옳을까. 참고할 만한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2012년 10월 20대 이모 씨는 징병신체검사에서 2급 판정을 받고 현역병 입영 대상자가 됐다. 그런데 부모가 2013년 11월 이혼해 남남이 됐다. 당연히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살지 않는다. 징병신체검사 이후 가정형편에 변동이 생긴 것이다. 그러자 이씨는 2014년 12월 자신이 없으면 홀로 남을 어머니 김모 씨가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병무청에 생계곤란 병역감면을 신청했다.

    그러나 2015년 3월 병무청은 이씨의 가족은 부모 2명이고, 두 사람의 월수입을 합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 중 2인 가구 금액을 넘는다며 병역감면을 거부했다. 생계곤란으로 병역감면을 받으려면 부양비와 재산액, 월수입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병무청은 이씨의 경우 월수입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병무청의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판단을 납득할 수 없었던 이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올해 3월 병무청의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부모가 이혼해 따로 사는데도 아버지가 어머니를 부양할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의 월수입을 더해 최저생계비를 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병무청의 거부처분일인 2015년 3월 기준으로 이씨의 아버지는 (이미 이혼했으므로) 어머니 김씨의 가족이 아니다”라며 “아버지는 김씨를 부양할 의무가 없고 김씨의 생계 유지 여부를 판단할 때 아버지의 월수입 등이 고려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어머니 김씨는 30대 초반 이후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고 현재 말초혈관장애까지 있어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김씨에게 적용돼야 할 최저생계비 기준액은 80만2465원인데 월수입은 47만1872원”이라고 덧붙였다.

    병무청은 재판 과정에서 이씨가 어머니와 가구를 달리해 살면서 평소 어머니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 적이 거의 없다는 이유를 추가하며 집요하게 거부처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래 병무청의 거부처분 이유는 월수입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소송 중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가는 병역의무 앞에 ‘신성한’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나라를 지키는 의무는 당연히 소중하다. 그러나 이토록 피도 눈물도 없이 기계적인 법 적용만 고집하면서 신성한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신성성을 더럽히는 일일 뿐이다. 따뜻한 가슴과 영혼을 지닌 공무원이 간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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