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9

2016.10.19

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뒷고기’, 닭발, 칼국수…서민음식 천국

경남 김해의 음식문화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6-10-14 17: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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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국제공항이 자리한 경남 김해시는 경남과 부산권으로 향하는 하늘 길의 관문이다. 주변에 창원, 부산 같은 대도시가 있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인구도 50만 명이 넘고 옛 가락국의 중심지였던 곳이라 그만큼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김해에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몇 가지 음식이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일명 ‘뒷고기’다. 뒷고기는 뒤로 빼돌린 고기란 뜻으로, 1980년대 도축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돼지를 손질한 후 남은 자투리 고기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 선술집이나 포장마차에 팔면서 생긴 음식문화로 알려졌다. 90년대부터 도축장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자투리 고기의 반출이 불가능해지자 식당들은 경매 없이 구매가 가능한 돼지머리를 뒷고기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 지금의 뒷고기는 돼지 볼살, 혀, 뒷덜미살에 삼겹살이나 목살을 섞어 만든다.  

    김해에는 ‘삼일뒷고기’라는 이름의 식당이 전하로와 장유동(번화1로) 두 곳에 있다. 그중 장유동 ‘삼일뒷고기’의 실내는 소박하다 못해 허름하다. 그런데 뒷고기 가격이 놀랍다. 140g 기준으로 4000원. 삼겹살 200g에 2만 원씩 하는 서울의 유명 고깃집을 생각하면 “와” 하고 탄성이 나올 만큼 저렴하다. 돼지고기 마니아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이 집의 돼지 뒷덜미살은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하다. 돼지 혀는 쫀득하고 볼살은 졸깃하다. 후추와 소금으로 간한 뒷고기살은 부드럽고 맛있다. 고기 상태가 무척 좋다. 단맛과 감칠맛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맛의 상승효과를 이끈다. 돈 걱정 없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요즘 보기 드문 맛집이다.

    김해 흥동에 있었다는 원조집은 이미 사라졌지만 뒷고기 문화는 1980년대 전성기를 지나 90년대 민원으로 침체기를 거쳐 장유동 같은 김해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2000년대 초반부터 다시 부활하고 있다. 장유동 ‘삼일뒷고기’에서는 돼지갈비도 판다. 저렴하고 질이 좋기로는 뒷고기와 마찬가지다.

    뒷고기 집들과 더불어 김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으로 ‘부원닭발’도 있다. 음식을 주문하면 양념한 닭발을 한 번 익힌 후 청양고추와 양파를 넣어 다시 끓여 내놓는다. 매운맛이 올라오지만 과하지 않다. 매콤하고 달콤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김해에는 서민적인 먹을거리가 많다. 김해 동상시장에는 칼국수 골목이 형성돼 있다. 칼국숫집들은 번호를 달고 영업한다.
    9호점까지 있는데, 원조격인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5호점 할머니가 이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장사를 했다. 맨 마지막 9호점 할머니도 20년 이상 칼국수를 팔아왔다. 집집마다 칼국수 맛이 비슷하니 선호하는 집으로 들어가면 된다.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은 4000원. 주문하면 미리 해놓은 면 반죽을 칼로 썰어 삶는다.

    칼국수는 소박하고 푸짐하다. 멸치와 간장을 기본으로 한 국물향이 칼국수 위에 뿌린 김을 타고 은근하게 올라온다. 고춧가루를 풀기 전 국물을 한 숟가락 먹어보면 맛과 향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칼로 썬 면발은 불규칙하지만 꼬들꼬들하다. 김해 칼국수는 밀가루에 간수나 소다를 섞지 않아 금방 풀어지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맛있다. 국수 질이나 국물 상태가 고르고 좋다. 김해는 부산 문화권답게 돼지국밥 문화 또한 넓게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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