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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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공짜음악’과 전쟁 중

불법 음원 다운로드 자제 대대적 광고 … P2P 사이트 이용 누리꾼 표적 공격적 행보

  • 파리=지동혁 통신원 jeast@naver.com

    입력2005-03-03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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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합법적으로 다운로드하세요.’

    생경하게 들리는 이 문구가 인기 가수들의 친근한 얼굴과 함께 파리 시내 곳곳의 옥외 광고판에 등장해 시민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있다. 이 광고들은 불법적인 음원 다운로드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간결한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하려는 듯, 광고 속 가수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하고 심각하다.

    일단 합법적으로 구입 설득 작전

    1월17일부터 일주일간 프랑스 거리 곳곳의 옥외 광고판과 신문지면 광고를 통해 불법 음원 다운로드 반대 캠페인이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세대와 음악장르를 넘어선 14명의 가수들이 불법 음원 다운로드가 음반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 한 세대 이전부터 이름을 날린 에디 미첼, 르노, 프랑수아 아르디, 베로니크 상송 등 원로급 가수를 비롯해 오늘날 샹송 가수의 대표격들인 제럴드 드 팔마스, 재지, 칼로제로 등이 이번 캠페인의 전면에 나섰다. 여기에 신인가수 코르네이유, 트라제디, 나디야 등과 외국 출신 가수로 프랑스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자벨 불레, 갸루, 빌리 크로포드 등도 동참해 캠페인에 힘을 실었다.

    프랑스 음반제작협회(SNEP)가 주도하고 문화부가 후원한 이 캠페인에는 모두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광고비가 지출됐다. 프랑스는 연예인의 광고 출연 빈도가 낮은 탓에 광고에 유명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높은 인지도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프랑스는 인터넷 대중화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지만, 최근 2∼3년 사이 인터넷 인구가 부쩍 늘어나면서 새로운 인터넷 문화 수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음악 부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mp3로 대표되는 음악파일 공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P2P(일대일 파일 공유) 방식으로 운영되는 ‘eMule’이나 ‘Kazaa’ 등의 웹 사이트를 통해 프랑스 누리꾼(네티즌)들은 요즘 공짜 음악파일 공유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이번 캠페인은 누리꾼들에게 공인된 유료 웹사이트를 통해 음악파일을 합법적으로 구입하라고 설득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음반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왔음에도 누리꾼들의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음반사나 음반유통업체, 혹은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등에서 운영하는 유료 사이트들이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노래를 충분하게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P2P 사이트에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곡이 유료 사이트에선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캠페인을 공동으로 준비한 음반업계 측이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심혈을 기울인 부분 역시 유로 사이트에서 음악 선곡의 폭을 최대한 넓힌다는 것이었다. 음반제작협회는 캠페인 광고에 “나를 합법적으로 다운로드하세요”라는 문구 아래 5대 유료 사이트 이름을 써두었다. 한편 50만 곡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음악을 이들 사이트를 통해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누리꾼들의 ‘음악 욕구’를 채워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캠페인에 참여한 가수들의 노래조차 이들 유료 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수많은 누리꾼들도 사이트 게시판이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 같은 유료 사이트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평균 1유로에 달하는 1곡당 이용요금도 너무 비싸다는 게 누리꾼들의 여론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합법적 음원 사용을 막는 큰 걸림돌이란 주장이다.

    음반시장 침체는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같이 심각한 수준이다. 2004년 프랑스 음반시장은 전년도에 비해 20%가량 감소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지만, 음반업계는 인터넷을 통한 공짜 음원 다운로드 급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음반업계는 음원 무상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는 누리꾼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2004년 음반회사들은 누리꾼을 상대로 한 첫 번째 법적 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상습적으로 P2P 사이트에 음악파일을 업로드한 누리꾼 수십명의 신원을 파악해 이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프랑스 저작권법에 따르면 이들은 3년 이하의 징역형과 30만 유로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형을 선고받은 판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음반제작협회는 강도 높은 캠페인 광고를 시작했다가 큰 반발을 샀다. 주요 일간지 지면에 실은 캠페인 광고 내용이 상식을 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음반시장 20%가량 감소

    ‘무상 음악에는 값이 존재합니다’란 문구 위에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손 모양의 ‘도발적’ 삽화를 넣은 것이다. 뒤이은 광고에는 같은 그림이 철창 사이로 보이며 마치 사람들이 서 있는 듯한 형상을 연출했다. 그 아래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교환하는 행위는 절도 행위에 해당하며, 최대 30만 유로의 벌금과 3년 이하의 징역이 부과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 광고는 즉각 수많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누리꾼들은 전면적으로 음반업계 비판에 나섰고, 일부 신문은 광고주 측에 그림의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음반제작협회는 이 한 편의 섣부른 광고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망쳐버린 셈이 되었고, 따라서 이번 캠페인에서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1월17일은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개정된 저작권법이 발효된 날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법 도입에 따라 인터넷에서의 음악 전송과 공유에 가수, 연주자, 음반제작자의 사전 허락이 필요하게 됐다. 기존 무상 음악파일 공유사이트가 대부분 유료화된 상태에서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 누리꾼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들었다.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에서의 음원 무상 공유는 아직까지 법에 의해 구속되는 정도가 약해 보인다. 그러나 저작권 개념이 전통적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영향 때문인지 프랑스의 유료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프랑스인들은 인터넷에 앞서 보급되었던 ‘미니텔’이라는 독자적 전산망을 이용하면서 전자정보 유료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캠페인은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리눅스(Linux) 간의 공존 관계가 유지되듯, 프랑스의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도 유료 사이트와 P2P 방식의 공유 사이트가 공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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