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5

2004.12.23

중국 바둑 ‘공한증’에 또 눈물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2-16 1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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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바둑 ‘공한증’에 또 눈물
    결국 이세돌 9단이 해냈다. 본선 1회전에서 한국 바둑의 에이스 이창호 9단이 중국의 신진기수 후야오위 7단에게서 불의의 일격을 맞으며 일찌감치 탈락하고, 이세돌 9단만이 고군분투하며 4강에 올랐다. 세 명의 중국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형국. 이때부터 이세돌 9단은 ‘이가 없으면 잇몸’이 아니라 ‘이젠 내가 한국 바둑의 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세돌 9단은 지난해 8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유난히 삼성화재배와 인연이 없었다. 게다가 중국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이창호나 조훈현도 없는 상황. 각종 세계대회에서 번번이 한국 벽에 가로막혔던 중국으로서는 ‘공한증(恐韓症)’을 씻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분위기였다.

    약관 19세의 왕시(王檄) 5단은 ‘중국의 돌부처’로 불릴 만큼 이창호 9단과 매우 비슷한 기풍을 가진 대륙의 비밀병기다. 중국 리그에서도 다승왕을 달리며 승률 1위를 기록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막상 난생 처음 대한 우승상금 2억원이 걸린 큰 승부 앞에서는 심장이 위축된 모양이다. 이미 세 차례나 세계챔피언 벨트를 둘렀던 이세돌 9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며 2대 0 완봉패했다.

    결승1국에서 완패한 왕시 5단이 배수진을 치고 맞은 한판이어서인지 중반까지 흑의 두터움이 돋보이는 바둑이었다. 이때 백1의 밑붙임이 떨어졌다. 비수처럼 날카로운 이세돌 9단 특유의 이 한 수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인터넷 중계를 하던 최철한 9단은 “이 바둑에서 가장 번뜩이는 한 수로 자살특공대같이 무시무시한 수”라고 평했다. 흑1로 단호히 젖혀 백쫔 한 점을 탐하다가는 백6으로 차단당해 흑 가 위험에 빠진다. 결국 흑은 흑2·4로 물러서며 연결을 꾀했으나, 백은 이 기세를 살려 집요하게 5로 또다시 건너붙이며 이른바 ‘이세돌의 흔들기’를 시작해 판을 뒤집어버렸다. 276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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