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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의 영화觀

1930년대 속물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의 자화상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

1930년대 속물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의 자화상

1930년대 속물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의 자화상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머피의 법칙이란 불행한 일의 연속을 말하는 게 아니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는 의미지.” 그렇다. 살다 보면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고 만다. 그게 행운일 땐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지만 불운한 일일 때는 무척 거슬린다. 로맨스에서도 그런 일은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고, 헤어져야 할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 그런데 헤어졌던 연인을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다시 만날 때가 있다. 이쯤 되면 좀 헷갈린다. 헤어지고 다시 만난 두 남녀는 반드시 만나야 했던 걸까, 아니면 만나지 말아야 했던 걸까. 여전히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만남을 지속한다면 그건 불륜일까, 사랑일까, 아니면 단순한 흔들림일까.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미국이 한창 좋았던 때, 1930년대가 배경이다. 말 그대로 골든 에이지이고 재즈가 번성하던 재즈 에이지이며 금주가 밀주를 불러오던 갱스터의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 영화산업과 주식시장은 30년대를 기점으로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다. 당시 미국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자 천국이었다. 이런 땅에, 기회를 찾아 할리우드에 온 젊은이들이 있다. 배우들이 하늘에서 빛나는 별처럼 보이던 그때, 인간처럼 말하고 화장실에 간다는 게 불미스러운 비밀처럼 여겨지던 바로 그런 때, 영화계 자장에 끌려온 젊은이들 말이다.

예쁘장한 여자는 대개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영화사업가의 비서가 되거나 그나마도 안 되면 돈을 벌려고 매춘에 나선다. 그래도 삼촌(스티브 커렐 분)이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주인공 바비(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삼촌이 그를 그다지 대우해주는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심부름은 시키고 눈여겨봐주니 말이다.

그렇게 삼촌, 그러니까 할리우드 거물의 주변을 맴도는 바비 곁에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라는 매력적인 여성이 다가온다. 보니는 바비에게 할리우드를 안내해주라는 명을 받은 삼촌의 비서이기도 하다. 바비는 보니를 보자마자 반한다. 섹시하고 쿨한 보니는 그곳에 머물면서도 할리우드의 허영이나 허세에 냉담해 보인다. 수영장 딸린 거대한 저택이 영혼을 채우거나 스타들이 드나드는 화려한 시사회가 곧 내면의 빛은 아니라고 말하니, 얼마나 성숙한가. 말 그대로, 세속에 물들지 않은 보석인 셈이다.

물론 이대로 아름답게만 나간다면 그건 우디 앨런 영화가 아니다. ‘카페 소사이어티’에는 앨런 특유의 반전이 몇 번 등장한다. 매우 검소하고 소박하게 보이던 보니에게서 세속적 욕망이 발견되기도 하고, 순정파 바비에게서 대담한 바람둥이 기질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게 배신감 드는 뒤통수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이중성이자 아이러니라는 사실이다. 화려한 삶을 원하면서도 집에서 나누는 소박한 저녁을 좋아할 수 있다. 사람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륜이 나쁘고 파렴치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만큼은 예외라 여기며 순수한 첫사랑을 회복하는 것이라 믿을 수도 있다. 사람은 그렇게 허약한 존재다.

우연히 만나 필연적으로 헤어지고 다시 또 우연히 만나는 보니와 바비. 어쩌면 이 두 사람은 행복이라는 가치를 찾으려고 돈, 명예, 권력 주변을 끊임없이 맴도는 우리의 1930년대식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앨런의 영화는 우스꽝스럽지만 언제나 좀 아프다. 비웃고 냉소하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 닮은 초라한 인간 군상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을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1930년대 속물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의 자화상
1930년대 속물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의 자화상


입력 2016-09-30 18:16:00

  •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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