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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국정감사의 헌법적 지위

막강한 행정부 권한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

국정감사의 헌법적 지위

국정감사의 헌법적 지위

9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에 여당 의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동아일보]

국정감사 시즌이다. 정기 국정감사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추석이 지난 뒤 감사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 사실 모든 것이 법대로 잘 굴러간다면 국정을 ‘감사’할 필요는 없다. 주식회사제도에서도 영업 측면만 본다면 감사제도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이사만 있으면 그만이다. 실제 소규모 회사에서는 감사제도가 유명무실하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감사의 기능이 중요해진다. 외부감사제도, 즉 객관적 회계평가제도가 없으면 상장회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자본 신용도를 객관화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제도는 자본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크고 발달된 조직인 행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국정감사는 업무 추진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러운 제도다. 행정부 처지에서는 항시 감시의 눈을 뜨고 있는 국회와 언론기관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행정부의 일은 종류가 무척이나 많고 이해관계자가 다양해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그런데 국회와 언론은 좁은 틈을 파고들어 문제를 제기한다.

국회는 감사를 통해, 언론은 취재와 기사를 통해 정부를 견제한다. 물론 정보가 부족해 모든 잘못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열에 하나만 밝혀내도 대성공이다. 감사나 취재 대상이 된 해당 공직자는 좌불안석이 된다. 그동안 10개 업무를 잘했는데 1개를 잘못했다고 크게 질책하니 일할 맛이 안 난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국정감사는 공무원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자 만든 제도가 아니다. 국정감사는 막강한 행정부의 권한에 맞서 행정부가 독단에 빠지는 것을 막고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따름이다(헌법 제61조).

행정 수요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행정부의 권한은 앞으로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권력 집중의 우려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것은 견제 수단이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회와 언론의 존재 이유다. 실제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하지만 행정부는 상상 이상으로 국정감사를 준비한다. 하반기 업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장관 등 대표자가 국회의원의 질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잘못되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니 장관을 보좌하는 사람은 철저히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감사 시즌에는 행정부 기능이 절반 정도는 마비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회 국정감사 절차에서 증인 등으로 채택된 사람이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허위 진술을 하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4조). 따라서 공무원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일정이 빠듯해 국정감사에서 제외되면 큰 행운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수많은 로비가 이뤄진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날, 행정부에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찾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답이다. 공무원들은 실제 적잖은 해방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국정감사에 막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얻는 것은 오로지 행정부 업무 집행의 적정성이다. 행정부로서는 성가신 국정감사가 불만이겠지만, 선진국일수록 국회의 감사 업무 비중이 높고, 다양한 언론기관이 행정부의 업무 집행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내는 데 열심인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국정감사는 정보의 태부족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국정감사에 충실한 국회의원이 널리 인정받는 날이 빨리 와야 한다. 그런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입력 2016-09-30 17:23:12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khr@lawc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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