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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서울 마포의 주점

술의 부활, 다양해진 술집들

서울 마포의 주점

서울 마포의 주점

전통주 감홍로.

술이 변하고 있다. 다양화하고 맛도 깊어지고 있다. 술을 찾아 식당이나 주점, 바(bar)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오랫동안 잊힌 우리 전통주도 부활하는 모양새다. 2000년대 후반을 강타한 막걸리 붐으로 많은 사람이 우리 술에 눈뜨기 시작했다. 몇 년 사이 전통주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확장 중이다. 우리 술의 고난은 일제에 의해 시작됐다. 1909년 주세법에 이어, 꼭 100년 전인 1916년 주세령을 내리면서 우리 술은 강력한 통제와 소멸의 길을 걷는다.

1916년 30여만 개에 달하던 가양주(家釀酒) 면허 제조장은 32년 한 곳만 남고 모두 사라진다. 소규모 양조장은 주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대형 양조장에 통폐합됐다. 기존 우리 술을 약주와 탁주, 소주로 단순하게 구분해버렸다. 특히 청주란 명칭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일본 청주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금도 청주 하면 정종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정종은 일본 청주 브랜드일 뿐이다.

청주 이름을 뺏기고 다양한 가양주도 사라지자 한국식 음주문화의 근간이던 주막과 객사도 일제강점기 대부분 사라진다. 조선 음주문화는 이때 거의 소멸된다. 그런데 최근 막걸리를 넘어 다양한 전통주가 각광받으며 부활하고 있다. 이런 붐을 타고 전통주를 파는 전문 주점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독특한 주점에서는 전통주는 물론 싱글 몰트 위스키, 화이트 와인, 샴페인 등 그동안 마이너에 속하던 술들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 들어 서울 마포의 주점 두 곳이 관심을 끌고 있다. 마포 먹자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이박사의 신동막걸리’는 6년 전 문을 열어 술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뒤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소가 됐다. 술집 이름에 나오는 ‘이박사’는 주인의 별명이다. 그런데 정말 이 집 주인장은 술과 음식에 관한 한 박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경북 칠곡의 칠곡양조장에서 신동막걸리를 맛본 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고 주점을 열었다.

이 집에서는 단맛이 거의 안 나는 신동막걸리와 바나나 맛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막걸리 원주를 판다. 막걸리만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싱글 몰트 동호회 활동을 해온 대표답게 아일랜드 싱글 몰트 위스키 ‘라프로익’도 판다. 해변 양조장에서 만드는 라프로익은 보리를 건조할 때 사용하는 피트(석탄의 일종)에서 나오는 향 때문에 스모키향이 난다. 해산물과 궁합이 잘 맞는다.



서울 마포의 주점

‘락희옥’의 민어전.

이 집 안주는 경북 전통음식을 기본으로 한다. 안동 쇠고기로 만든 육회와 달달한 배추전이 유명하다. 막걸리에 딱 맞는 안주다. 막걸리 잔도 경북지역에서 만든 방짜유기다. 술맛을 내는 데 중요한 요소인 온도 보존에 탁월하고, 유기의 묵직한 황금색이 그릇에 담긴 막걸리의 맛을 배가하는 마력이 있다.

‘이박사의 신동막걸리’ 건너편에 자리 잡은 ‘락희옥’은 ‘술꾼의 술꾼을 위한’ 공간이다. 술과 음식의 궁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인기 메뉴는 보쌈. 돼지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오겹살을 푹 쪄내는데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따개비 일종인 전남 만재도의 거북손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쫄깃한 식감에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짭짤한 맛이 화이트 와인과 즐기기에 적당하다. 그러나 ‘락희옥’의 매력은 안주보다 술에 있다. 와인 40여 종을 갖추고 있는데,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수입맥주 30여 종과 전통주 10여 종은 물론, 사과를 발효한 후 두 번 증류하고 오크통에서 4개월간 숙성한 증류주 ‘락희’도 있다. 다양화한 우리 술과 변화하는 술집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이 두 집을 찾으면 된다.




입력 2016-09-30 17:15:50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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