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0

2004.11.18

루이만 만나면 작아지는 -돌부처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1-12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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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만 만나면 작아지는 -돌부처
    “음메, 기 살어!”(루이 9단) 이창호 9단은 천하 제일의 바둑기사다. 그런데 이 천하의 이창호도 ‘순악질 여사(?)’ 루이 나이웨이(芮乃偉) 9단만 만나면 “음메, 기가 죽는다!”

    기성전 본선 16강전에서 루이 9단이 또다시 이창호 9단을 꺾어 ‘이창호의 천적’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역대 전적 6승2패. 이창호 9단을 상대로 50%가 넘는 성적을 내고 있는 국내 기사는 루이 9단이 유일하다. 아니 세계를 통틀어도 이렇게 압도적인 승률을 올리고 있는 기사는 루이 9단뿐이다. 1992년 제2회 응씨배 8강에서 처음 대면해 소년 이창호에게 패배의 상처를 안기며 그로 하여금 귀국 비행기에서 눈물 흘리게 한 무서운 아줌마. 올해 들어서도 루이 9단은 제1회 전자랜드배 예선에서 이창호 9단에게 ‘예선 탈락’의 수모를 안긴 바 있다.

    루이 9단은 통 큰 여자다. 중국 대륙 출신이어선지 바둑 스케일도 여간 큰 게 아니다. 흑1이 그렇다. 백2는 A 쪽 약점도 막을 겸해서 완만하게 삭감하고 나선 수인데, 이때 흑3으로 고개를 쏙 내민 점이 백의 약점을 노리는 목의 가시다. 백4로 재차 삭감에 나섰을 때 흑5의 고공비행. 이것이 흑1에 이은 루이 9단의 선 굵은 바둑이다. 이에 백1·3으로 두면 안전하나, 그러면 흑2·4를 당해 앉아서 진다.

    비세를 의식한 이창호 9단은 백6으로 승부수를 날렸으나 흑7 이하 13까지 ‘철녀(鐵女) 아줌마’의 해머펀치에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A, B, C 등 온 동네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방이 엷어서는 제아무리 천하의 이창호라 한들 견뎌낼 재간이 없다. 더군다나 상대는 반상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다. 이창호 9단은 결국 몇 걸음 못 가 대마가 잡히면서 항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109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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