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9

2004.08.26

무대 컴백한 ‘60대 소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8-20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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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컴백한  ‘60대 소녀’
    “연습하느라 일주일째 집에 못 들어갔어요. 그래도 피곤한 줄 모르겠네요. 무대에 선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기운이 샘솟거든요.”

    ‘만년 소녀’ 원희옥씨(68)의 가는 목소리에선 아직도 ‘소녀’의 수줍음과 떨림이 전해져왔다. 원씨는 1940, 50년대 대한민국 최고 악극단이던 ‘백조가극단’의 아역 배우 출신. 10살 때 처음 무대에 선 후 인기 악극의 아역을 도맡으며 큰 인기를 누렸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눈물의 여왕’ 전옥이 그의 수양어머니다. 하지만 70년대 들어 악극과 극장 쇼가 쇠락하면서 원씨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가 다시 무대에 선 것은 당시 유랑극단의 삶을 재현하는 서커스 악극 ‘곡예사의 첫사랑’ 덕분. 원씨는 이윤택씨가 연출하고 ‘연희단 패거리’와 ‘동춘서커스단’이 공동 제작한 이 악극에 특별출연해 ‘남포동 마도로스’ 등 추억의 인기곡을 부른다.

    “우리 때는 악극 무대에 서려면 노래, 춤, 연기를 모두 다 잘해야 했어요. 발레부터 탭댄스·캉캉까지 안 배운 춤이 없었고, 객석 끝까지 정확한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두성 발성을 배웠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 정도 연습은 힘들지도 않아요.”

    원씨는 악극 시절 배우들은 진정한 ‘프로’였다고 회고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꿈은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남기는 것.



    “힘이 허락하는 한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러고 나서는 자서전을 쓸 겁니다. 제가 죽고 나면 아름다웠던 시절, 훌륭했던 선배님들의 이야기가 영원히 묻힐 것 같거든요. 그 시절을 역사로 남기는 건 막내로서 늘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제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원씨와 ‘개다리춤의 명수’ 남철·남성남씨 등이 출연하는 ‘곡예사의 첫사랑’은 8월29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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