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8

2004.08.19

건강남자가 소변 후 두 방울 고통에 울 때

‘전립선염’ 청·장년층 남성 대표적 질환 … 음주 잦고 스트레스 시달리는 사람 요주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8-13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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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남자가 소변 후 두 방울 고통에 울 때

    전립선염 때문에 화장실 가기가 두려운 중년 남성.

    보험회사 영업사원 김모씨(35)는 일주일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극심한 하복부 통증과 잦은 소변 때문. 요즘 열대야에 시달리면서 업무를 마치고 직원들과 더위를 씻고자 마신 맥주가 문제를 일으켰다. 알코올 때문에 높아진 몸속 ‘열(熱)’이 바로 전립선염을 재발시킨 것.

    한의학에서 전립선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은 열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본다. 더운 날에 알코올까지 섭취하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하초(下焦)’의 열이 높아지고 신장에 무리를 줘 기능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여름철 전립선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군에서 갓 제대한 복학생 이모씨(24)의 경우는 게임이 주원인이다.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외부 활동보다는 온라인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그에게 전립선염이 찾아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게임이 시작되면 소변을 참으면서 서너 시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게이머들에게는 기본이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회음부 압박과 방광의 기능 하락이 원인이 된 것. 처음엔 소변에 간혹 피가 섞여나오더니 요즈음은 잔뇨감도 심하고, 소변 때문에 하룻밤에 서너 번씩 깨기 일쑤였다. 최근 그가 찾은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전립선염.

    적지 않는 남성들이 만성전립선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전립선염은 20~50대 남성의 30% 정도가 앓고 있고, 비뇨기과 외래환자 가운데 25%가 넘는 대표적 남성 질환이다. 청년실업, 구조조정, 퇴출 등 최악의 경기 불황 속에서 위기에 내몰린 이태백~사오정 세대에게 술,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가 더해지면서 전립선염이라는 또 하나의 건강 복병이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과 암 등이 주로 장년층인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데 비해, 전립선염은 청·장년층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발병 위험에 놓여 있다.

    건강남자가 소변 후 두 방울 고통에 울 때

    소변을 참으며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전립선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최근에는 특히 20, 30대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전립선 전문병원인 서울 일중한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립선염 진단을 받은 환자 159명 중 20대 17명(10.7%), 30대 52명(32.7%), 40대 64명(40.3%), 50대 이상 26명(16.4%)으로 20, 30대가 43.4%(69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창 나이인 20, 30대에서 전립선염이 많은 이유는 사회 전반적인 성병 증가 추세와 문란한 성 풍조, 빨라지는 성 경험 나이, 컴퓨터 게임 등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치료 약물 많지 않고 재발 잦아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에 있는, 무게가 15~20g 정도인 밤톨 모양의 부드러운 조직체로 가운데로 요도관이 지나간다. 이곳이 붓고 염증이 생기면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며, 농뇨·배뇨통 등 소변 증상과 하복부·회음부의 통증 및 불쾌감, 극심한 고환통, 허리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음주나 과로 후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며 성기능 저하, 조루, 피로 등 전신 증상도 뒤따른다. 대부분 사무직이나 운전기사처럼 앉아 있는 시간이 많거나 과거 요도염과 같은 성병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경우, 음주가 잦고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남성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전립선염의 가장 큰 문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약물이 많지 않아 낫기 힘들고 재발이 잦다는 점이다. 전립선 조직이 여러 개의 미세 관(전립선 관)들이 모여 이루어진 특수 구조로 되어 있어 항생제 같은 약물의 침투가 어렵고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전립선 관의 개폐 장치에 이상이 생겨 반복적 소변 역류로 재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남자가 소변 후 두 방울 고통에 울 때

    전립선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찰하고 있는 일중한의원 손기정 박사.

    초기 급성기에는 세균성, 비세균성 모두 항생제 치료를 우선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때 항생제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은 완화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심각한 내성으로 빈뇨나 배뇨통, 회음부 불쾌감과 같은 증상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초기 항생제 치료 후 만성화를 막기 위해서는 술·스트레스를 피하고, 전립선 마사지나 온수좌욕, 항문괄약근 운동, 골반체조 같은 ‘대증요법’들을 열심히 한다. 만성환자의 경우 현재 대중화되어 있는 양방시술법은 전립선 조직을 고온의 열로 치료하는 튜나수술, 한방에서는 내복약을 통한 치료, 항문 좌약식 치료 등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최근 임상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한방 탕약 치료제는 직접적인 약물 주입이 없어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편함과 부작용이 없고 논문을 통해 치료 효과도 검증돼 환자들의 기대와 희망이 자못 크다.

    이와 관련 2003년 가을 동의생리병리학회지를 통해 논문이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었던 한방 전립선염 치료제 ‘일중음’이 실제 임상치료에서도 80%를 넘는 치료율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중한의원 손기정 원장(한의학 박사)은 ‘일중음’이 논문 발표 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3년 이상 만성환자 204명을 대상으로 1~3개월간 치료한 후 미국립보건원 만성전립선염 증상점수표(NIH-CPSI)를 이용해 증상 변화를 조사한 결과, 만성환자 204명 중 166명(81%)에서 잔뇨감 빈뇨 통증 등 전립선염의 일반적인 자각증상이 50~100% 소실되었으며, 개인별 만성전립선염 총 증상지수도 평균 36.55±5.75에서 7.06±5.69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전립선액의 현미경 한 시야당 백혈구 수치도 평균 37.5개에서 8.8개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이밖에 만성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발기 및 사정도 좋아져 치료 전 주 1회 이상 규칙적 성생활이 24명(12%)에 그쳤으나 치료 뒤에는 89명(44%)으로 3배가 넘게 늘어났다. 평균 치료기간은 1.3개월이었으며 과거 튜나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는 평균 1.1개월인 데 비해, 한 차례 이상 튜나 수술을 경험한 환자는 1.9개월로 다소 길게 걸렸다. 환자 평균 나이는 39.2살이었다.

    전립선염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술과 담배, 스트레스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위생적인 성생활로 요도염과 같은 성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자전거, 오토바이, 승마 등을 오래 즐기거나 딱딱한 의자, 차가운 곳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회음부가 눌려 전립선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육식은 가능한 한 피하고, 토마토·생마늘·양파·파와 같은 신선한 야채나 된장을 많이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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