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8

2004.08.19

美서 10년 만에 또 화제 … 영화 ‘후프 드림스’ 주인공들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4-08-13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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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서 10년 만에 또 화제 … 영화 ‘후프 드림스’ 주인공들
    미국 시카고의 빈민가에 농구 실력이 출중한 두 흑인 소년이 있었다. 이 둘은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꿈꿨다. 그것은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절반이 넘는 또래 흑인들이 교도소에 가거나 총기에 맞아 숨지는 도시 슬럼가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꿈이기도 했다.

    윌리엄 게이츠(사진 오른쪽)와 아서 아지. 이들에게 NBA는 가난과 인종 및 계급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의 높은 벽 너머에 있는 무지개였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스티브 제임스는 두 소년의 삶을 6년(250시간)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고, 1994년 ‘후프 드림스’라는 제목의 영화로 세상에 내놓았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이 영화는 그 해 미국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후 10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영화 10주년 기념식에서 상봉한 이 두 사람의 현재를 소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람은 미국 고교 농구선수 7600명 가운데 한 명꼴로 진출한다는 NBA에 진출하지 못했다.

    美서 10년 만에 또 화제 … 영화 ‘후프 드림스’ 주인공들
    현재 33살의 게이츠는 95년 농구 장학생으로 마르케트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살던 마을을 ‘탈출했다’. 그러나 3년간 경기당 평균 3.7점을 기록한 뒤 농구를 그만뒀다. 방송 학위로 99년 대학 졸업 뒤 맥도널드 점원, 식료품 가게 점원, 해충 박멸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교회 성직자가 돼 지난해 자신이 살던 빈민가 ‘카브리니 그린’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목회 활동을 겸해 빈민 아동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1살의 아지는 아칸소 주립대학에 입학한 뒤 최근까지 농구 2부리그에서 뛰었고 가끔 덩크슛 대회에도 참가하지만, NBA의 꿈은 못 이뤘다. 그는 영화로 알게 된 사업가들을 끌어 모아 불우 아동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아서 아지 롤 모델 재단’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후프 드림스 스포츠웨어’라는 꽤 규모 있는 의류회사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이츠는 그간의 인생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후프 드림스’는 농구가 아닌, 삶에 대한 영화였어요. 지금도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과거의 꿈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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