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8

2004.08.19

“우리 쌀은 정말 소중한 것이여”

  • 입력2004-08-13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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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쌀은 정말 소중한 것이여”
    “우리 쌀은 자립·자주적 삶과 자치민주주의를 위해 지켜가야 할 귀중한 생명문화이며, 우리 쌀을 지키는 것은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사회·문화운동이다.”

    농민운동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인 대구 한살림 천규석 이사(66·사진)는 ‘쌀과 민주주의’(녹색평론사 펴냄)에서 절규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쌀은 한때 우리에게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었으며, 물가의 척도이자 이유식으로 ‘제2의 어머니’ 노릇을 했던 특별한 생명체였다. 쌀은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열량을 생산하는 작물로 우리 민중들이 번성하며 살아남게 해준 민중 사회의 기초였다. 그래서 우리 토착문화는 모두 쌀과 쌀농사를 중심으로 펼쳐진 쌀의 문화였다.

    그러나 이제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가 줄어들고, 남아도는 쌀은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쌀농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문화도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세시풍속과 농경의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농경제와 두레의 토대를 제공했던 쌀의 문화는 근대화 도시화 세계화라는 중앙집권화 과정에서 송두리째 사라져가고 있다.

    이것은 사라져가는 농사 풍물들을 다룬 그의 글에도 잘 나타난다. 그는 경상도에 글공부하는 ‘문동(文童)’이 많아 생겨났다는 ‘보리문둥이’, 봄풀을 못자리에 넣는 갱자리캐기, 서로 돕고 노동하는 두레와 품앗이 같은 말들이 쌀과 농업의 쇠퇴와 함께 차츰 없어져가고 있다며 아쉬워한다. 그래서 쌀을 지켜 그 문화와 지역 자치민주주의를 되찾자는 것이다.

    “중앙집권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지역 자치성이 점점 사라지는 이 시대에 쌀은 지역자치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주곡인 쌀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자치민주주의의 포기다. 게다가 돌아갈 농촌공동체가 없어지면 더 이상 나갈 진보주의도 없다.”



    천이사는 같은 차원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다. 즉 신행정수도가 들어설 곳의 2100만평이 넘는 농지가 파괴되고 자연 생명들이 파괴되는 것이 한 이유고, 행정수도 이전이나 몇 개의 중앙정부 기구를 지방에 분산하는 것만으로 지방분권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는 지역자치임을 자각한 지역주민들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해 그는 유기농 도농 직거래를 펴 소농 중심의 농촌공동체를 기초로 하는 삶의 지역화를 제안한다.

    서라벌 예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천이사는 1965년에 귀농해 경화회, 한국가톨릭농민회 등을 통해 농민운동에 뛰어들었다. 90년에는 ‘한살림’에 들어가 한살림 대구공동체를 만들었으며, 96년엔 경남 창녕에 ‘공생농두레농장’을 만들었다. 저서로 ‘이 땅덩이와 밥상’ ‘돌아갈 때가 되면 돌아가는 것이 진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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