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7

2004.08.12

韓食이 중국 소수민족 요리?

‘건강식 동북요리’ 실제는 한국요리 … 고구려 역사 왜곡 이어 문화까지 빼앗길 판

  • 상하이=소준섭 푸단대 국제관계학 박사 namoo0011@hanmail.net

    입력2004-08-06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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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食이 중국 소수민족 요리?

    중국 옌볜자치구의 시장 풍경.

    7월2일, 중국의 관영 신문인 런민일보와 신화사는 “고구려는 중국 왕조와 예속관계에 있었고, 중원 왕조의 관할을 받았던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실었다. 동시에 중국 외교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국사의 삼국시대를 설명하면서 고구려를 삭제해 3국사를 2국사로 기술하는 등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국은 2001년에 발표한 한 외교전략 보고서에서 이미 한반도 통일 이후 간도와 백두산 일대를 둘러싼 영토 분쟁 등 영토 문제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분명한 사실은 한반도 통일 이후 중국의 동부 국경선 쪽에 민족주의로 무장한 ‘중등’ 강국이 출현할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과의 영토 문제가 필연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 직후 북한과 백두산 일대의 국경선을 확정한 이래, 1998년 11월3일에는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북한과 함께 세 나라가 두만강 일대의 국경선을 확정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서부 및 동북지역 가치 적극 선전

    특히 중국은 200만명에 이르는 중국내 조선족들이 한국에 대해 귀속감(identity)을 갖게 되는 상황을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한국과 달리 54개에 이르는 다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 중국은 비단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소수민족에 대한 관리가 국가 유지의 중요한 관건이었다.

    다행히 중국의 내몽골 지역은 접경 국가 몽골이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에 내몽골 주민이 몽골에 귀속감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 지역의 경우도 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에 귀속감을 갖는 현지 소수민족은 매우 적다.



    韓食이 중국 소수민족 요리?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에 이어, 한국의 요리를 동북지방의 요리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족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바로 이들의 집단 거주지인 옌볜자치구 가까운 곳에 경제적으로 발전한 한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 이러한 상황에 있는 민족은 조선족이 유일하다. 더구나 한민족이 전통적으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민족이기 때문에, 특히 한반도 통일 이후 조선족이 통일 한국에 귀속감을 갖게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따라서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는 이와 같은 사태로 진전되는 것을 미리 막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족들도 이제 한국 등과 교류를 통해 상당수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중국 정부는 조선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에 대해 포용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 및 한국인들은 중국 동포에 대해 여전히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선족이 반드시 한국에 귀속감을 가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서부와 동북지역의 오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지 소수민족 문화의 가치를 적극 선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들의 요리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동북지방의 요리, 즉 동북요리 편을 보면 많은 부분이 조선족 요리로, 실제로는 한국요리다. 중국은 동북요리를 소개하면서 요리 재료가 백두산 등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녹색식품이고 몸에 좋은 건강식이기 때문에(사실 이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요리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논리다) 서양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자칫하면 이제 고구려 역사만이 아니라 한국 요리도 중국에 빼앗길 형편이 되었다.

    韓食이 중국 소수민족 요리?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대

    역사와 문화를 잃은 민족은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없고, 그러한 국가는 쇠망해갈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소리 없는 ‘역사전쟁’과 ‘문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7월5일자 ‘이코노미스트지’는 고구려사 논쟁에 대한 기사에서 “고구려사 논쟁은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한국과 북한, 중국 등 3개국이 벌이고 있는 더욱 광범위한 전쟁의 1단계”라고 분석하고 있다.

    韓食이 중국 소수민족 요리?

    고구려의 유적지인 오녀 산성.

    중국은 외교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히, 그러나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구려 문제도 이른바 ‘동북공정’에 상당한 규모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학술적 논거를 충실히 준비한 다음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통해 이미 자기 주장의 토대를 국제여론 및 국제법 차원에서 일정하게 구축한 상태다.

    물론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 차원이 아니라 단지 일부 학자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점점 그 양과 질을 확대 발전시키면서 한국 측의 항의가 있으면 일정 부분 양보하고 타협하는 방식을 취한다. 두 발 전진했다가 한 발 물러서면서 그 부분은 기정사실화해 나가는 식이다.

    두 걸음 전진 후 한 발 빼는 전략 구사

    韓食이 중국 소수민족 요리?

    중국과 북한의 국경 백두산을 가르는 21개 국경 경계비 가운데 5호비.

    중국은 외교정책과 관련된 연구기관이 대단히 많다. 당연히 연구 인력 또한 넘칠 정도로 풍부하며, 학계도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매우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러한 중국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중국 전문가들을 장기적이고 집단적으로 양성해나가야 한다.

    특히 중국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 하나의 세계라고 할 정도로 넓고 크며 많다. 예를 들어 베이징권·상하이권·광저우권·충칭권 등 각 지역별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만 일시적으로 들끓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임기응변 방식으로는 현시대 치열한 국제경쟁의 무대에서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는 주변의 모든 강대국과 우호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호관계란 정확한 정책과 역량의 기초 위에서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지만, 외교란 그 과정에서 발전하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상호 새로운 관계가 정립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인근 대국이자 최근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대안으로도 파악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韓食이 중국 소수민족 요리?

    천지물이 흘러내리는 창바이 폭포

    특히 한국은 역사적인 경험 때문인지 외국과의 관계에서 강한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국제관계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 나라의 지위는 비단 정치·경제·군사적인 역량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가 어떠한 외교전략을 구사해나가느냐도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상대를 알고 싸우면 백전 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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