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7

2004.08.12

“아뿔싸! 양자충 묘수에 걸렸네”

이창호 9단(백) : 이세돌 9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8-06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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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뿔싸! 양자충 묘수에 걸렸네”
    지난해 LG배와 후지쓰배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단숨에 세계 타이틀 2관왕을 이룬 뒤 이창호 9단을 따라잡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세돌 9단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기력 차이와 종합적인 성적을 볼 때 이창호 9단은 여전히 세계 제일이다. 이창호 9단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바둑에 관한 한 ‘내가 최고’라는 자신만만함으로 똘똘 뭉친 이세돌 9단, 그는 한때 이창호 9단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거침없는 자신감으로 인해 ‘건방지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던 그가 지난 1년간의 부진을 겪고 나더니 확연히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승부의 부침을 겪으면서 한층 성숙해져가고 있음인가.

    폭염처럼 올 여름 바둑계를 달구고 있는 왕위전 도전5번기, 돌아온 이세돌 9단이 ‘이-이 전쟁’에서 막판 양자충의 묘수로 이창호 9단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2대 1. 남은 두 판 가운데 한 판만 이기면 왕위를 차지한다. 이창호 9단이 이세돌 9단을 “자신에게 가장 근접해 있는 추격자”라며 경계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아뿔싸! 양자충 묘수에 걸렸네”
    백1로 잽을 던졌을 때 평소의 이창호 9단 같았으면 흑2로 참았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두는 게 정수이자, 미세하게나마 이기는 길이었다.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했던 탓일까. 이창호 9단은 백A로 찝으면 흑B로 또 응해야 하는 게 자존심 상했던지 돌연 흑2 이하로 백돌을 확실히 잡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백11로 잇고 13으로 치고 나오는 묘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 백13을 보자마자 이창호 9단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돌을 던졌다. 흑1이면 백2~6까지, 흑이 자충이기 때문에 A에 바로 들어갈 수 없고 B로 따낸 뒤여야 하는데 그 사이 백C로 ▲두 점이 먼저 죽는 것이다. 184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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