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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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동맥 치료법 진화 계속 줄기세포 도입 멀지 않았다

  • 안영근/ 전남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입력2004-03-04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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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일까?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심장 전문의다 보니 ‘심장만큼 정교하고 중요한 장기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을 관상동맥이라고 하는데, 관상동맥 질환은 최근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성인들 사이에서도 급증해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됐다.

    관상동맥 질환의 치료술은 1977년 풍선을 활용해 혈관을 확장하는 기술이 소개된 뒤로 스텐트라 불리는 그물망을 혈관에 삽입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좋은 약물과 장치, 집중 치료실의 보급 등으로 관상동맥 질환에서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인 부정맥(심박의 움직임이 불규칙적인 상태)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 역시 가능해졌다. 그러나 관상동맥 질환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심장기능장애(허혈성 심부전)는 치료술이 발전했음에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허혈성 심부전을 치료하기 위한 세포 및 유전자 치료법이 도입돼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도 그 일환이다. 줄기세포는 자신과 동일한 세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적당한 조건에서 특정 세포로 분화하는 성질을 갖고 있는 세포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손상된 심장근육(심근)에 투입하면 심근세포와 혈관을 만드는 내피세포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심근을 재생하고 심근 기능을 개선하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이는 지금껏 불가능한 치료로 여겨져왔다.

    심장질환에 이용되는 줄기세포에는 배아줄기세포나 골수, 혈액 등에서 얻는 성체줄기세포, 그리고 근육세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자랑스럽게도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인간 난자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해 환자에게 필요한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어놓았다.

    한편 근래에는 기능이 소실되었거나 변형된 유전자를 교정해주는 ‘치료 유전자’를 관상동맥 질환 환자 체내에 투입, 심근 기능을 정상화하거나 치료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좀더 발전이 이루어지면 심장질환에 이용될 수 있는 치료 유전자를 줄기세포에 도입시켜, 유전자가 조작된 줄기세포를 임상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신이 만들어놓은 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거역해 더 큰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치료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심장을 만든 신이 오늘의 유전자 기술을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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