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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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학습 시장 ‘뜨겁다 뜨거워’

중·고생, 재교육, B2B 등 ‘황금 어장’으로 각광 … 시·공간 제약 없어 성장 가능성 예측 불허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03-04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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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학습 시장 ‘뜨겁다 뜨거워’

    인터넷 수능 사이트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수험생.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수능학습 사이트 ‘메가스터디’의 입시설명회가 열렸다. 8000여명의 학부모가 몰려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3000석 규모의 행사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유리문 밖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강의’를 들어야 했다.

    대학입시 시장에서 과거 유명 오프라인 학원들이 점하고 있던 위상을 온라인 업체들이 속속 ‘접수’해 들어가고 있다. 학원 중심 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7차교육과정 시행에 따른 선택학습, 수준별학습 등 ‘일대일 맞춤강의’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중ㆍ고등학생 대상 서비스만이 온라인 학습의 전부는 아니다. 임직원 재교육, 자격증 취득강좌 등 기업 대상의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방식 서비스야말로 ‘황금 어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빅뱅’이란 표현이 무색치 않은 온라인 학습 열기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온라인 학습은 e-러닝산업의 한 분야다. e-러닝산업이란 ‘전자적 수단, 정보통신 및 전파·방송기술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학습’을 말한다. 온라인 학습 외에도 CD타이틀·MP3 등을 활용한 컴퓨터 기반 학습(2004년 예상 시장 규모 1조원), 방송통신대학·교육방송 등이 포함된 방송·통신 학습(2004년 예상 시장 규모 1조원) 등이 있다. 이 세 분야 중 온라인 학습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2004년 예상 시장 규모 1조5000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큰 데다 발전 가능성, 참여업체 수 등이 유난히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이버대학, 직업교육, 영·유아부터 초·중·고생까지의 각종 온라인 학습이 다 포함돼 있다.

    온라인 학습 시장 ‘뜨겁다 뜨거워’
    “각 서비스 분야 중 그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수능 사이트다. 2001년 100억원 규모이던 시장이 2003년에는 1000억원으로 10배나 성장했고, 2004년에는 2000억원 수준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교육학회 정현기 기획실장의 설명이다.

    사이버 수능 학습시장 폭발에 불을 댕긴 곳은 ‘메가스터디’다. 2000년 7월 설립된 ‘메가스터디’는 3년 6개월 만에 회원 60만명, 매출액 480억원(2003년)의 업계 리더로 성장했다. ‘메가스터디’의 성공은 타 교육산업체나 e-러닝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관련 업체에 큰 자극이 됐다. 2001년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등장해 ‘성업’ 중이다.

    수능 사이트·학원 강의 ‘빅뱅’

    같은 수능학습 사이트라 해도 그 태생이나 성격, 사업 방향 등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메가스터디’처럼 사이트가 먼저 뜬 후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학원시장으로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오프라인 학원이 기존 강사진이나 노하우를 온라인으로 옮겨 일정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종로학원의 ‘이루넷’, 대성학원이 모태인 ‘디지털대성’, 최강학원에서 뻗어나온 ‘사이버하이스쿨’, 한샘학원의 ‘비타에듀’ 등이 이에 속한다. 평가 전문기관이었던 중앙교육도 ‘에듀토피아중앙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맹렬히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참고서 시장에서의 명성을 온라인으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 중인 업체도 여럿이다.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이투스 그룹의 ‘이투스학원’, 수능학습지 업체 ‘케이스’의 ‘케이스아카데미’, ‘창과 창’ 출판사의 ‘하이브레인’, ‘신사고’ 시리즈를 내고 있는 ‘좋은책’의 ‘트루스터디’ 등이다.

    온라인 학습 시장 ‘뜨겁다 뜨거워’

    경영·정보기술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삼성SDS ‘e-캠퍼스’초기 화면.

    그러나 아직 ‘메가스터디’를 제외한 타 업체의 매출액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말 코스닥 등록에 성공한 ‘디지털대성’의 경우도 2003년 3ㆍ4분기 매출액 16억원 중 온라인 학습으로 인한 것은 9억4000만원 정도다. 그럼에도 학원 프랜차이즈 사업 등으로 큰돈을 버는 교육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교육 시장의 트렌드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아가는 현상이 눈에 보일 만큼 뚜렷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인터넷 수능 사이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지방 학생이라도 4만~8만원 정도의 수강료로 스타 강사의 강의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학원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 버릴 일도 없고, 같은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해 들을 수 있어 편하다.” 안산 모 고등학교 2학년 박준호군(17)의 이야기다.

    선택과목학습이나 수준별학습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각 수능 사이트는 300개에서 1000개 정도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각 강의마다 수준이나 강조점, 강사 스타일 등이 다 다르다. 선택 폭이 넓은 것이다. 강의 수준도 높은 편으로 오프라인 못지않은 스타 강사들이 많다. 그런 스타 강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당연히 수익도 높다.

    온라인 수능 사이트의 또 다른 강점은 성적 향상을 위한 강의 외에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대학 진학 관련 정보 제공은 물론 학습 진도 및 성적과 관련한 각종 분석 시스템, 쌍방향통신의 장점을 살린 토론·상담 프로그램, 수능 모의고사와 같은 테스팅 서비스 등이 있다.

    기업 대상 교육이 가장 큰 시장

    그러나 온라인 학습시장 폭발의 ‘꼭지점’은 수능이 아니라 기업 대상 교육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강록희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 등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온라인 교육이 가장 잘 통하는 시장은 직원교육 등 기업 분야다. 직장인의 경쟁력 업그레이드를 위한 각종 자격증, 외국어 강의 등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일반인 대상 온라인 교육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YBM시사닷컴, 삼성SDS, 배움닷컴, 크레듀 등이다. 그러나 시장 규모는 중·고생 대상 사이트에 비해 아직 좁다.

    최근에는 ‘대교’ ‘한솔’ ‘웅진닷컴’ 등 오프라인 거대 학습지 회사들의 온라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대교’의 ‘에듀피아닷컴’(www. edupia.com)은 유아에서 일반까지를, ‘교원’의 ‘프리샘닷컴’(freesam.kyowoni.com)은 초·중등생 대상의 ‘빨간펜’ 학습 보조, ‘웅진닷컴’의 ‘씽크빅아이’(www.thinkbig.co.kr)는 초등생 대상 학습지 보조, ‘한솔’의 ‘재미나라’(www.jaeminara.co.kr)는 유아전문 포털 사이트로 이름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학습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일반의 인식 △인터넷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콘텐츠 △영세업체가 다수를 차지하는 업계 현실 등을 들고 있다. 온라인 교육업계는 이 같은 어려움을 뚫고 우리나라가 ‘망국적 사교육 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 날로 발전하는 기술이 이 물음에 긍정적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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