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9

2004.01.22

“6共 북방정책 한국 외교史 금자탑”

‘북방정책:기원 …’ 공저 출간 … “소련·중국과 수교, 남북총리회담 등 화해 초석 다져”

  • 김학준 / 동아일보사 사장

    입력2004-01-15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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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共 북방정책 한국 외교史 금자탑”

    ‘북방정책’ 책자 표지.

    한반도처럼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는 외교를 잘 해야 생존할 수 있고 번영할 수 있다. 국제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국제관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나라를 빼앗긴 대표적 사례가 바로 조선왕조였다. 해방 이후의 상황도 본질적으로 같다. 미국과 소련의 분할점령이라는 한계의 벽이 워낙 높고 두터웠다고는 하지만, 남과 북의 그리고 좌와 우의 민족지도자들이 국제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민족의 운명을 결국 분단의 고착화와 전쟁으로까지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이끌었던 제6공화국의 북방정책은 한국의 외교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였다고 할 것이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1)공산권의 양대 기둥이라고 불리던 소련 및 중국과 수교를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동유럽의 사회주의국가들로부터 시작해 아랍권의 알제리를 거쳐 아시아의 몽골과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기존의 미수교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2)북한과는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북총리회담을 성사시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짧은 시기에 한국의 외교적 지평은 그 이전 수십년의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넓어졌다.

    그러면 무엇이 북방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가? 첫째, 제6공화국이 노대통령의 6·29민주화선언과 국민직선에 의해 출범함으로써 대내적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 국가들이 제6공화국의 북방정책에 쉽게 호응할 수 있었다. 둘째, 노대통령의 7·7선언과 제43차 유엔연설 등을 통해 제6공화국의 북방정책이 기존의 동맹관계 및 우방관계와 조화될 수 있으며,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과의 평화공존 및 궁극적 통일을 지향하는 것임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에 우방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낼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은 북방정책을 여러 방면에서 후원했다.

    오늘날 외교현안 해결 참고서

    오늘날 한반도의 국제상황은 매우 혼란스럽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은 그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마저 빚는 형편이다. 한미동맹관계는 크게 손상됐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한일관계 한중관계 한러관계 모두에서도 새로운 쟁점들이 자주 돌출하고 있고, ‘북한 핵 위기’는 10년 넘게 해소되지 않은 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외교의 또는 외교력의 부재(不在)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마저 제기시키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8명의 뛰어난 젊은 국제정치학 교수들이 ‘북방정책: 기원, 전개, 영향’을 공저해 서울대학교출판부를 통해 상재했다. 이 책을 읽으면, 오늘날 한국의 외교가 북방정책이 추진되던 때에 비해 상당히 후퇴했음을 인식하게 된다. 동시에 북방정책이 어떤 철학과 경륜 아래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추진됐던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국제상황과 외교현안들을 미래지향적 안목에서 지혜롭게 푸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한미동맹관계를 복원시키면서 ‘북한 핵 위기’를 해소시키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와 궁극적 통일을 추구하는 민족적 과제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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